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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글..

수화가 꽃피는 마을 - 자닌 테송

by 비르케 2018.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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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이나 사려는 사람 하나 없던 폴루씨의 집이 드디어 팔리게 되었다. 아내가 죽고 나서 바로 내놓았지만 고속도로가 곁에 있어 시끄럽다는 이유로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았던 집을 결국 청각 장애가 있는 푸르네 가족이 사게 된 것이다. 푸르네 가족과 집을 계약하던 날, 폴루씨는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 했던 새로운 광경을 보게 된다. 푸르네 가족과 통역 로랑스가 입에서 나오는 말 대신, 마치 춤을 추듯이 손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그 속에 멍하니 앉아 있노라니 자신이 오히려 장애를 가진 사람인 듯 느껴지기까지 했다. 

 

청각 장애가 있음에도 어릴적 일반학교에 다니며 입말을 강요당했던 푸르네 부인은 이제 손말, 즉 수화를 통해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행복을 느꼈고, 푸르네씨와 그들의 아들 앙트안도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상처를 주던 몇몇 마을사람들을 오히려 이해하려 애쓰고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한다.

 

      

 

이 책 <수화가 꽃피는 마을>은 액자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폴루씨와 마을 사람들이 청각 장애에 관한 편견을 떨쳐내고 평범한 이웃으로 푸르네 가족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함께, 그로부터 100여 년 전 같은 공간에서 청각 장애인으로 불운한 운명을 살다간 '장 페르'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목매달아 죽은 귀머거리의 나무'라 불리는 마을의 나무... 청각 장애인에게 수화가 금지 되고, 사랑하는 이들끼리의 혼인마저 터부시 되자 결국 극단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장 페르의 이야기가 맘 아프다.

 

또한 이 책에는 전화기를 발명해 유명해진 벨(Alexander Graham Bell)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농아학교 교사였던 벨이 우생학적 측면에서 농인이 있는 집안들끼리의 결혼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러한 사회적 인식이 결국 당시의 청각 장애인에게는 손말을 금지하고 입말을 강요하는 기형적인 형태로 제도화되는 기점이 되었다. 이로써 장 페르의 불운도 시작된 셈이다.

 

같은 공간에서 100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사람들의 편견 속에서 그나마 장애를 가진 가족이 마을 사람들과 화합해가는 모습이 감동과 여운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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