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지나다니며 자꾸 눈에 들어오던 강마을다람쥐. 도토리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밥집이다. 강마을다람쥐는 팔당점(광주시 남종면)과 덕소점(남양주시 와부읍) 두 군데가 있는데, 내가 간 곳은 팔당점이다. 입구에 강마을다람쥐 입간판이 있고, 그 옆으로 도토리의 효능에 대해 쓰인 노란색 현수막이 달려 있다.
"도토리에 함유된 탄닌 성분에 "살균작용" "염증예방"에 뛰어난 효과가 있습니다."
"에"라는 조사가 이상케 들어간 현수막이지만, 내용은 쏙쏙 들어온다.
빨간 꽃이 피어오른 지중해풍 건물과 유독 이 사진에서만 파랗게 나온 하늘이 잘 어울린다.
역시나 자리가 없다. 뜰에서 바람 좀 쐬고 오라고 하길래 다른 데 가야 하나 생각하다가 계단 쪽으로 내려가 보았다. 그런데 한강이 바로 보였다. 팔당댐 한강물이다.
손님들이 차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이 여기저기 있고, 밭농사도 짓나 보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살아온 '도시 촌사람'은 이런 게 마냥 신기하다.
이 꽃의 이름은 제대로 알고 있다. 수국이니 아니니 우기던 지인 둘에게, '꽃검색 하는 법'을 알려주어 일단락을 시킨 적이 있다. 덕분에 나도 그때 이 꽃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다. '불두화'다. 부처님 머리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불두화보다 수국이 더 늦게 핀다.
새들도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여기저기 집을 마련해 놓았다. 여담이지만, 새들도 집탐이 있다. 아마 초록색 집이 내꺼니 파랑색 집이 내꺼니 싸울 수도 있다. (그들에게 명의같은 건 없다. 그저 발목이나 잡히는 것이지.. 떠나고 싶을 때 맘놓고 떠날 수 있어서 좋겠다.. 아참, 이곳에 밥을 먹으러 왔었지. )
드디어 음식 맛을 볼 시간이다. 식사 메뉴는 한방수육을 제외하고 모두 도토리로 만든 요리다. 주류로는 동동주와 안동소주, 음료는 콜라 사이다, 커피, 허브차, 아이스바가 있다. 커피나 허브차가 2천 원밖에 안 해서 식후에 차 한잔 들고 정원에 다시 가도 좋을 것 같다.
묵채 새싹비빔밥을 우렁된장에 쓱쓱 비볐다. 비비고 나니 숨이 죽어 이만큼이 된다. 맛도 먹을만하다. 나는 고기를 안 먹기 때문에 수육 맛은 못 보고 맛있는지 물어만 보았는데, 이제까지 먹던 것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맛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비빔밥을 보면 수육도 정성 들여 만들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내가 언제부터 묵, 나물, 톳 같은 걸 먹었는지 모르겠다. 과일이나 야채는 원래도 좋아했지만 이런 건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는데, 나이가 이런 음식을 부르나 보다. 강마을다람쥐, 다음번에도 다시 오고 싶은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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