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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장미 한 송이가 서서히 간다

by 비르케 2021.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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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에 아들에게서 받은 장미가 시들어 간다. 그래도 아들이 사준 건데 시들고 있으니 서운한 마음이 앞선다. 그 장미로 말할 것 같으면, 사실 아들이 자발적으로 사준 장미는 아니고 반강제로 사달라고 떼를 써서(?) 받은 선물이었다.

 

5월 들어 갓 피어난 장미를 어느 길에서 보고, 너무나 예뻐 꺾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임자가 있는 꽃인데 그럴 수는 없었다. 그런 유혹을 느꼈던 이유는 아래 사진을 보면 조금은 이해가 갈 것이다. 

 

 

마치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건처럼 피어있던 장미였다. 장미가 바닥에 피어있는 이유는, 이 울타리 안쪽의 땅이 길보다 낮게 꺼져있기 때문이다. 그쪽에서 보면 사람 키높이에 피어있는 장미지만 길에서 보면 이렇게 보인다. 장미의 계절 5월이 되자마자 보란 듯이 활짝 피어 있던 화사한 장미였다. 

 

비대면 수업 때문에 집에 있던 대딩 아들에게, (반 협박조로)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같은 거 필요 없으니 장미 한 송이로 달라고 부탁(?)했다. 어이없어하던 아들은 나갔다 오는 길에 진짜로 장미 한 송이를 달랑 사들고 들어왔다. 

 

 

 

장미를 사 온 아들이 한 마디 덧붙였다. 

 

"무슨 꽃이 이렇게 비싸요."

"얼만데?"

"한 송이 5천 원이에요."

 

그러고 보니 정말 물가 오른 거 생각을 못 했다. 딱 한 송이만 사달라고 부탁했는데, 딱 한 송이를 보고 실망했다가, 다시 딱 한 송이 사서 다행이다 싶었다. 

 

 

드라이플라워를 만들까도 생각했는데, 먼지만 앉을 것 같아서 생화로만 보기로 결정하고 비닐 포장을 벗겼다. 한 송이라도 장미라서 예뻤다. 

 

 

 

생명 연장을 위해 오늘도 물을 갈아주고 꽃잎에도 물방울 몇 개 뿌려주었다. 꽃잎에 무슨 방수처리라도 한 듯, 도도하게 물방울을 튕겨내는 장미지만, 그래도 내 사진을 위해 몇 방울 정도는 허락해 주었다. 

 

반강제로 받은 장미지만, 책상 위에 두니 5월 느낌 제대로 난다. 아직까지는 장미 향기도 은은하게 배어 나온다. 곧 이별이겠지만 5월을 선사 받은 느낌이 생각보다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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