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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엄마 때문에 기숙사 못 들어간 아들

by 비르케 2021.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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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게 다 아빠 때문이야"라는 유행어로 웃음을 유발하던 개그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빠와 아무 연관이 없는 일에도 다 아빠 때문이라고, 아빠를 몰아세우던 그 모습이 얼마나 웃겼는지...

 

자식을 기르다 보면 부모로서 뭔가를 해줘야 할 때가 많다. 그걸 제대로 못 해줬을 때 돌아오는 말,

"이게 다 아빠(엄마) 때문이야~"

 

대학생이면 자기 할 일은 다 알아서 할 것 같아도 경제적 능력이 아직 없다 보니 학교에 내야 할 비용들은 부모에게 청구된다. 부모가 제 날짜에 내줘야 비로소 공부든 뭐든 가능해지는 것이다.

 

올해 대학에 들어간 아들은 원래대로라면 집이 아니라 기숙사에 있어야 했다. 학기 시작 전, 그러니까 2월 말에, 그 들어가기 힘들다던 기숙사에 운 좋게 자리가 났다. 입사 전 코로나 PCR 검사와 건강진단서를 떼야한다고 해서 서둘러 선별 진료소도 들르고 병원에 가서 2만 원이나 들여 건강진단서도 뗐다.

 

하남시 코로나 선별진료소

고등학교 때도 기숙사에 있었기 때문에 그때 쓰던 물건들을 그대로 보내야 하나 다시 사줘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아차, 기숙사비 내는 날이 언제였더라'.. 순간 예감이 좋지 않았다.

 

얼른 고지서를 보니 당일 오후 11시까지 가상계좌로 입금이 됐어야 했다. 시간을 보니 11시 5분,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인터넷뱅킹으로 입금을 시도해봤다. 여러 번 시도했지만, 단 5분 차이로 입금이 되지 않았다. 아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미안한 나머지, "엄마가 미쳤나 봐." 라고 스스로 자책성 멘트까지 날리면서 아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 아들,

"등록금이 아니라 다행이네요."

 

건강진단서 / 코로나 검사 결과 문자

일정상 4월 중순까지는 비대면 수업을 한다고 했으니 일단은 안심이었지만, 4월 중순 지나 학교를 나가게 되면 미안해서 어떡하나, 왔다갔다 통학하느라 힘들 텐데 어쩌나 하면서 마음을 졸였는데, 얼마 전 "1학기 내내 비대면 수업"을 하는 걸로 확정이 됐다.

 

정말 다행이다.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 하는 원망을 들었을 수도 있었는데, 이번 학기 내내 학교에 안 가도 되게 되었으니 좋아서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기숙사에 보냈어야 친구라도 사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고교 때 타 지역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같은 학교 친구들은 모두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져 있고, 지금 같은 전염병 시국에 아들은 만나서 놀 수 있는  친구가 하나도 없다. 넷상에서만 게임으로 만나고 카톡으로 이야기하고... 아들의 친구들도 다들 서로 그렇게 생활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코로나19 정말 잔인하다.

 

이번에 입학한 대학 친구들도 가끔 보이스톡으로 이야기하며(다자간 대화가 되나 보다) 서로 간에 탐색을 시도해보지만, 얼굴 한 번 안 봤으니 썩 친해지지는 않나 보다. 기숙사에 입사한 친구들도 어차피 비대면 강의라서 방만 차지해 놓았을 뿐, 당분간 집에 있는 애들이 대다수인 것 같다. 사이버 강의 수업시간에도 서로 모르는 애들끼리 들어와 있으니 조용하다고 하는데, 책이나 폰만 보고, 그저 낙이라곤 어쩌다 게임밖에 없는 아까운 청춘들이 참 불쌍하다.

 

반수 중인 아들이라서 수능대비까지 하고 있으니 주말만큼은 맘껏 놀아도 내버려 두는데, 주말이면 어김없이 친구들과 한 팀을 이루어 새벽 늦게까지 "롤" 대전이다. 헤드셋 끼고 소리 높여 떠들며 껄껄거리는 걸 보면서, 저희들끼리는 서로 주고받는 대화일건데 내가 보기에는 아들 혼자 웃고 떠들고 있는 광경이니, 그저 가엾단 생각만 늘 앞서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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