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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눈밭에 첫 발자국 남기기

by 비르케 2021.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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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그친 지 이틀 만에 산책을 나섰다. 영하 16도의 혹한, 20년 만의 추위라니.. 이런 추위에 누가 돌아다닐까 싶지만..눈길은 내게 '지각'이라 한다.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눈길을 처음으로 밟고 싶다면,다른 사람보다 부지런해야 한다고.

 

눈밭에 첫 발자국 남기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났다.  길 끝 모서리까지 발자국으로 가득하다. 

못내 서운하던 참에, 

앗, 저건 ..

 

하남 당정뜰 연못 설경
"누군가 호수 위 눈을 밟고 지나갔다"

 

나처럼 눈밭에 첫발자국을 남기고 싶었던 것일까..

호숫가에서 얼음의 두께를 가늠해 보았을까.. 갈까 말까 망설였을까..

여러 번 문지른 발자국이 그곳에 머물었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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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얼음이 툭 꺼지는 걸 바로 옆에서 본 적이 있는 나는, 이렇게 얼어 있는 호수를 저벅저벅 걸어나갈 수 없다. 그러니 얼음 위를 걸었을 이 사람, "인정!", 그리고 난 아웃. '눈밭에 첫 발자국 남기기'는 실패다.  

 

하남 당정뜰 연못 설경

뉴스에서 누군가 바깥에 둔 물도 얼고 소주도 얼었다고 인터뷰 하던데, 이 호수의 물도 얼어붙고... 그 위로 또 눈이 쌓였다. 다리 밑은 눈보라도 도리가 없었던지 그나마 눈이 쌓이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그러고 보면 눈은 참 솔직하다. 범인의 자취를 탐색하듯 모든 게 적나라해진다. 

 

어지러운 작은 발자국들

아까와는 다른 발자국도 있다. 작은 새의 발자국이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맘껏 밟고 싶었던 이는 사람뿐이 아니었을까.. 종종걸음 치는 모습이 그려져 웃음이 났다. 발이 시렸을까,  눈이 내리니 좋아서 그랬을까.. 두 발로 어수선한 그림을 그려놓았다. 

 

하남 당정뜰 연못 설경, 애봉산 겨울 풍경
능선이 또렷하게 보이는 산

능선이 곱게 내비치는 병풍 같은 산자락을 본다. 그리고, '눈밭에 첫 발자국 남기기'는 그만 잊은 채, 멋진 설산을 본 것만으로 만족하고 발길을 돌린다. 칼바람에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아 포기한 건 절대 아니라고, 절대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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