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도 끝자락에 접어들었다. 한여름 푸르름을 자랑하던 메타세쿼이아는 늦가을 붉은 기운으로 아름답게 물들어간다. 구불구불 이어진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으며 마지막 가을을 느껴본다. 바람에도 바스락거리는 마른풀 소리까지, 늦가을 정취가 참 좋다.
늦가을 정취 가득 당정뜰 메타세쿼이아 붉은 가로수길
며칠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더니 드디어 날이 말끔히 개었다. 그 대신 기온은 많이 내려갔다. 늦가을 정취 가득한 길에 찬바람을 가르며 하남 당정뜰 메타세쿼이아 보러 간다. 11월 말이니 이제는 충분히 붉은 가로수길이 됐을 거라 기대하며 나선 길이다.
메타세쿼이아 나무 아래 서니 세상이 온통 붉다. 바람이 부니 우람한 나무에서 메타세쿼이아 붉은 잎이 뚝뚝 떨어지는데 사진으로는 하나도 안 잡혔다. 휘잉 감기는 바람소리가 늦가을 방문객의 마음을 마구 뒤흔든다.
당정뜰 호수 가는 길, 잠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벗어나 마른풀들이 가득한 곳으로 나가본다. 멀리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흑백사진도 아닌데 졸지에 흑백의 겨울 느낌이 되어 버린다. 오늘 하루 바람이 꽤 불고 갑자기 겨울이 찾아온 것만 같은 날씨로 변했다.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를 떠올리게 하는 나뭇잎들이 나뭇가지에서 바람을 따라 달랑달랑 흔들리고 있다. 이 잎들이 다 지고 나면 이 계절도 완전히 가는 건가. 가을은 가는 게 늘 아쉬운 계절이다.
다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향해 나아간다. 앞쪽에 줄지어 서 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저마다 조금씩 다른 톤으로 붉음을 과시한다. 호수 쪽으로 나온 것은 이렇게 멀리서 저 나무들을 잡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메타세쿼이아 잎이 우수수 떨어져 바닥에 가득 쌓여 있다. 낙엽들 사이로 열매가 있나 찾아본다. 메타세쿼이아 열매는 참 귀엽게 생겼다. 플라타너스 열매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 플라타너스처럼 동글동글하지 않고 길쭉하니 타원형을 띠고 있다.
낙엽들 속에서 메타세쿼이아 열매 하나 찾았다. 둥그런 걸 찌그러뜨려놓은 듯한 모양이다. 아직 갈색으로 채 마르지도 않아 초록빛을 띠고 있다. 사진 찍고 눈으로 더 찾아보았는데 낙엽때문에 더는 안 보였다. 추워서 손을 자꾸만 주머니에 넣게 된다.
메타세쿼이아 붉은 가로수길을 간다. 늦가을 정취를 맘껏 느껴본다. 발아래 밟히는 메타세쿼이아 낙엽들이 카펫처럼 폭신하다. 가을이 또 이렇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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