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수능의 날이 밝았다. 오늘을 위해 일 년간 달려온 수험생들이나 학부모들의 애간장이 녹는 날이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코로나 상황 속에 치르는 시험이라, 시험장 안내도 제대로 받지 못 한 채 예비소집에서야 비로소 시험 장소만 확인하고 시험을 보게 된다.
수능 도시락, 2022 수능 고사장 풍경
2022년 11월 18일, 수능이 있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수능날 도시락으로 뭘 쌀지 아이랑 이야기를 했었다. 돼지고기 양념구이와 김치 볶음, 어묵 반찬을 싸기로 해놔서 고민 없이 재료를 준비해두고 잠을 청했었다.
밥 짓는 소리로 소중한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수험생도 아닌데 긴장이 돼서 거의 못 잔 채, 새벽 4시 반부터 도시락 준비를 한다.
메뉴가 다 팬을 쓰는 요리라서 순서대로 하나씩 해야 하니 시간이 더 걸린 듯하다. 어묵이랑 햄, 양파를 아기 손가락 사이즈로 가느다랗게 썰었다. 아무래도 긴장돼서 소화가 잘 안 될 수 있으니 되도록 작게 썰고, 어묵은 기름기도 뺄 겸 물에 담가 놓았다가 살짝 불은 상태에서 볶았다.
햄도 어묵과 같은 사이즈로 자잘하게 썰어 데친 다음 함께 볶았다. 뜨거울 때 반찬통에 넣으면 수분이 생기기 때문에, 물기를 날리느라 다른 그릇에 담아 두었다.
김치도 잘게 썰어 볶았다. 원래는 씻어서 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무슨 맛으로 먹냐고 해서 양념 그대로 볶게 됐다. 물론 그런 대화는 시험 한참 전에 했었다. 수능날은 정말 아무 생각이 없다. 김치 볶음도 어묵 볶음과 마찬가지로 다른 그릇에서 한 김 날리는 중이다.
돼지고기 양념구이도 기름기 없이 구웠다. 평소에 아들이 좋아하는 메뉴라서 시험날에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이 또한 팬에 그대로 두어 수분을 날려둔다. 어차피 도시락 반찬통에서는 오래가지 않고 금세 식기 때문에 따뜻하게 담는 게 의미가 없다.
그 사이 연필도 깎는다. 수능 시험날 수험생들에게 수능샤프가 지급된다. 개인 샤프는 지참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혹시 몰라 연필을 몇 자루 깎아가야 한다. 샤프 고장 날 일 없다고 괜찮다던 아들이었지만, 당일이 되니 불안한지 깎아 달라 한다. 요새 애들은 연필 깎을 일이 없어서 연필을 못 깎는다.
수분이 날아간 반찬을 도시락통에 담고 밥도 담는다. 밥과 반찬을 담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수능 도시락을 마무리했다. 수능날 도시락을 쌀 때 중요한 것 한 가지가 있다. 수저를 꼭 챙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주 싸는 도시락이 아니기 때문에 잊을 수 있다.
올해 수능에서는 2교시 종료 후 이런 종이 칸막이를 본인이 직접 설치하고 밥을 먹는다고 한다. 자기 자리에서 그대로 앉아 밥을 먹는데, 식사 중에는 마스크를 벗어야 하니 이런 방법까지 동원이 된다. 물론 대화 금지다.
오랜 기억 속에 대입학력고사 보던 날 생각도 떠올랐다. 내 기억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본인이 지원한 대학교 단과대학에 직접 가서 시험을 보았던 것 같다. 그날 나는 도시락을 못 가져갔다. 그때는 점심시간에 부모님들도 도시락을 들고 교실까지 들어왔던가 보다. 밥 안 먹고 앉아 있던 내게 함께 먹자고 권하신 어느 어머님이 떠올랐다. 싫다고 했는데도 한사코 권하셔서, 얼굴도 모르는 아이와 그 어머님과 학력고사 날 함께 밥을 먹었다. 고마운 기억이다.
일곱시경에 시험장에 도착했다. 일찍 와서 그런가, 예년과 달리 차분하다. 경찰들도 호루라기를 자제하고 수신호로 안내하고 있었다. 수험생들이 하나둘 고사실을 향하고 있다. 오랜 세월 공부한 각자의 내공을 충분히 발휘하는 하루가 되기를, 부디 긴장하지 말고 실력 발휘 제대로 하기를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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