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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성현의 지혜를 읽다

by 비르케 2021.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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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착잡할 때 찾게 되는 책이 책꽂이에 몇 권 있다. 그중에 한 권이 '대학'이다. 원서는 아니고, 독자 누구라도 이해하기 쉽게 펴낸 육문사 출간 서적이다. 

책 뒷면, 대학中 '치국평천하' 부분

 

윗사람의 싫어하는 바로써 아랫사람을 대하지 말고, 아랫사람의 싫어하는 바로써 윗사람을 섬기지 말며, 앞사람의 싫어하는 바로써 뒷사람에게 행하지 말고 뒷사람의 싫어하는 바로써 앞사람을 따르지 말아야 한다. 왼편에 싫어하는 바로써 오른편으로 건네지 말고, 오른편에 싫어하는 바로써 왼편에 건네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곧 '혈구의 도'라는 것이다.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한 부분이다. 윗사람이 무시하고 하대하는 게 싫거든 본인은 아랫사람에게 그렇게 안 하면 되고, 아랫사람이 불손한 게 싫거든 본인은 윗사람에게 안 하면 된다. 앞사람, 예를 들어 뒤에서 휙 지나쳐 내 앞에 서는 사람, 그런 사람이 싫다면 자신은 그 행동을 안 해야 한다. 뒷사람, 예를 들어 에스컬레이터에서 뒤에 바짝 붙어서 있는 그런 사람.. 그 행동이 싫다면 자신은 안 해야 하는 것이 혈구의 도, 즉 자신의 입장에 대입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일이다.

 

대학은 알려졌다시피 4서 3경 중 하나다. 4서 3경 중심이 되기 전인 당나라 이전에는 5경(시경, 서경, 역경, 예기, 춘추)이 있었다. 그 5경 중, '예기'에 실렸던 대학과 중용을 송나라 때 주자가 따로 분리해, 논어, 맹자와 함께 4서를 만들어 유학의 중심으로 삼았다. 

 

대학에는 세 가지의 강령이 있다. 명명덕(明明德), 친민(親民), 지어지선(止於至善)이 그것인데, 이 세 가지 강령을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조목이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 이 여덟 가지다.

 

'격물치지(사물을 깊이 연구하여 지식을 넓힘)' 또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자신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한 다음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라는 단어가 여기, '대학'에서 나왔다. 

 

풀어 말하자면, 대학의 도는 욕심이나 악함이 깃들어있지 않은 그야말로 밝은 덕을 더욱 밝게 빛내서(명명덕明明德), 나의 덕으로 타인의 덕을 새롭게 하는 일(친민親民)이며, 이로써 지극한 선에 이를 수 있는(지어지선止於至善) 경지를 말한다. 타인의 덕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는 '내가 갈고닦은 밝은 덕'으로 상대도 자신의 악함을 버리고 착한 본성으로 돌아가도록 만들어 준다는 의미이며, 지극한 선의 경지인 至善은 무조건적인 착함이 아니라 '치우침이 없는 선(善)'을 뜻한다.

이를 위해 사물을 깊이 연구하여(격물格物) 지식을 넓히고(치지致知), 그 뜻을 참되게 하여(성의誠意), 바른 마음으로(정심正心), 자신을 수양하고(수신修身), 집안을 다스린 후(제가齊家), 나라를 다스려 (치국治國), 천하를 평정(평천하平天下)한다.

 

'대학'에서 말하는 지극한 선(지선)의 과정

'대학'과 같은, 성현들의 지혜가 깃든 고서들을 보면 맘이 편해진다. 뭘 해야 할지 모를 때면 이런 글귀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머무를 데가 어딘지를 알아야 정함이 있고, 정해진 뒤라야 고요해질 수 있으며, 고요해진 뒤라야 능히 편해질 수 있고, 편해진 뒤라야 능히 생각할 수 있다. 생각을 하고 난 뒤라야 또 능히 얻을 수도 있다. 

 

대학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부분도 있었다. 제가(齊家)에 대한 부분인데, 나라를 다스리려면 먼저 집안을 잘 다스려야 함을 강조하면서 식솔들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집안에는 처자나 부모와 같은 친근한 사람도 있고, 형수나 조카 같은 객식구도 있으며, 홀아비나 과부가 된 식구도 있고 하인들도 있다. 여러 식솔들 하나하나를 공명정대한 마음으로 대하고 그들 중 싫은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람의 장점을 찾을 수 있으려면 그전에 자기 수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이르고 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에서 '수신'이 그저 자기 자신을 수련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집안을 다스리는 수신은 냉철하고 공명정대함으로 식솔들을 대하는 마음까지도 포함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현들의 지혜가 여실히 엿보이는 대목이다. 

 

'대학'에서 말하는 수신제가

 

그러니 수신에는 바른 마음(정심正心)이 꼭 필요하고, 그런 바른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아무리 예쁜 자식이라도 자기 자식의 악함을 볼 줄도 알게 된다. 또, 남의 곡식이 더 커 보이고 내 곡식은 더 작아 보이는 어리석음도 범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런 속담을 인용했다. 

사람은 자기 자식의 악함을 알지 못하고, 자기 싹의 큼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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