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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온라인 신문에 실린 한국 음식물쓰레기 관련 기사

by 비르케 2021.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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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온라인 신문에서 한국의 음식물 처리 시스템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한국에서처럼 쓰레기 분리하기 - 왜 우리는 할 수 없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다. 독일도 환경 문제에 관한 고민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라인 만큼 이런 기사가 더 눈길을 끌었다. 

 

 

독일 온라인 신문에 실린 한국 음식물쓰레기 관련 기사

 

 

식품 중 약 1/3은 쓰레기로 버려진다. 그리고 나중에 쓰레기 매립장에서 종종 기후에 악영향을 주는 메탄을 생성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거기서는 음식물 쓰레기의 95%가 바이오 연료, 동물 사료, 그리고 최근에는 비료로도 재활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하이테크-음식물 쓰레기통(음식물 처리기) 덕분에 쓰레기들을 소량만 처리하면 된다. 이 기계들은 칩 카드로만 조작할 수 있으며 누군가 버리는 쓰레기의 무게를 측정한다.

이를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카드(음식물 쓰레기 카드)를 통해 요금을 지불하거나 아파트에서는 관리비를 통해 비용을 치른다. 또한 그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부엌의 싱크대에 탈수기를 가지고 있다. 기계는 물을 분리하여 이를 통해 무게를 줄이고 쓰레기 처리비용도 줄인다. 

- 디 차이트(Die Zeit) 중에서 -


1994년, 옛날 이야기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독일에 갔다가 쓰레기 문제로 곤혹을 치른 바가 있다. 내가 연도를 기재하는 이유는, 궁금한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기를 충실히 썼던 덕에 나의 일대기는 연도별로 정리가 된다)

 

그 당시에 우리나라에는 지금처럼 쓰레기를 분리해 배출하고 쓰레기 중량에 따라 처리 비용을 달리 하는 제도가 전무했다. 일반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를 한꺼번에 담아 아무렇게나 버렸다. 우리 외가와 같은 시골에서는 집 앞 대나무 숲에 온갖 것을 다 갖다 버리기도 했다. 

 

그러니 1994년 남의 나라에 처음 갔을 때 쓰레기와 관련된 그 혼란스러움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쓰레기를 분리한다는 자체가 이해가 안 됐다. 쓰레기 분리수거 요령도 알 수 없었고, 왜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그때는 환경 이슈가 보편화된 때는 아니었다). 대체 어떻게 분리해 버리는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본 적도 있지만 들어도 이해가 잘 안 됐었다. 

 

 

 

 

같이 생활하던 대만 출신 룸메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하루 동안 나온 쓰레기를 비닐봉지에 모았다가 버스 타러 나가는 길에 정류장 앞 쓰레기통에 구겨넣어서 버렸다. 그리고 내게도 그 훌륭한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정류장 쓰레기통이 너무도 작았던 나머지 우리 둘의 쓰레기를 모두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우리는 집 앞 쓰레기통에 분리수거 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나름의 방법으로 큰 쓰레기들 위주로 먼저 처리했다. 우리의 판단이 전적으로 맞았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아마도 집주인이 과태료를 맞았을 수도 있다. 집주인 얼굴은 한 번도 못 보았고, 외국에 있다는 그 집주인 대신 그 사람의 친구가 우리에게는 집주인이었으니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그 이후 우리나라에도 '쓰레기 종량제'라는 이름으로 쓰레기 분리수거와 함께 쓰레기를 줄이자는 제도가 생겨났다. 그 어렵던 쓰레기 버리는 방법은 별 게 아니었다. 어떤 이야기냐면, 20년 넘게 당연하던 것들을 어떤 나라에서는 당연하지 않게 살아야 했는데, 막상 우리나라에서 "예전에는 그게 당연한 것이었는데, 이제는 이러이러한 문제가 생겨서 앞으로는 이렇게 이렇게 해야 하니 그 법에 따라야 해." 라는 설명을 하나하나 경험하고 나서야 역설적으로 예전 독일에서의 쓰레기 시스템이 이해가 갔었다는 뜻이다. 

 

처음 독일에 갔을 때, 어느 가게에서 "봉지에 담아줄까, 그냥 줄까?"라고 물었을때 그 질문 자체가 이해가 안 됐었던 적도 있다. 물건을 사면 당연히 비닐에 넣어주던 게 우리나라 관습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당시 '봉지'라는 뜻의 독일어 단어 '튀테(Tüte=Tuete)'를 몰랐는데, "봉지에 담아줄까?"라는 말을 설령 알아들었다 할지라도 왜 그 질문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로서는 웃긴 경험이라 모 사이트에 경험담을 올린 적도 있었다. 

 

 

 

우리의 음식물 쓰레기 관리 시스템에 대해 "한국처럼 하자"라는 기사를 보니, 쓰레기 때문에 고민 아닌 고민을 하던 예전 그날이 문득 생각나서, 재미는 없지만 몇 자 더 추가해 적어 보았다. 

 

사실상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 관리 시스템은 모두 저런 기계를 통해서만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이사를 자주 다녔던 덕분에 음식물 쓰레기 관리 시스템도 다양하게 겪어 봤는데, 전에 살던 곳에서는 저런 방식으로 칩 카드를 통해 분리 배출 했었고 지금 사는 곳은 한꺼번에 버리고 세대별로 똑같이 나눠서 관리비에 정산한다. 

 

기사를 읽어보니 칩 카드를 사용하는 편이 훨씬 환경에도 좋을 것 같다. 칩을 먼저 충전하고나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빠져나가는 비용을 체크(안내 음성으로 잔액을 알려줌)할 수 있으니, 최대한 탈수해서 물기를 빼고 쓰레기의 양도 가능한 한 많이 줄여 배출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사람마다 쓰레기를 더 만드는 사람이 있고, 쓰레기를 적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쨌거나 후자긴 한데, 그런 경우라면 칩이 훨씬 더 이상적이란 생각은 전부터 하고 있다. 결론은, 외국에서도 부러워하는 제도인데 더 확대해서 음식물 쓰레기를 최대한 줄여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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