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다. 오래전 외국에서 만난 친구와 듣던 파두를 다시 듣게 되었다. 완전히 생소한 포르투갈어라서 가수 이름도, 노래 제목도 시간 지나니 다 잊혀졌는데, 문득 유튜브를 떠올려 그 곡들을 오랜만에 들어보았다. 머나먼 기억들이 일시에 당겨져 현재로 돌아왔다.
유튜브로 다시 듣는 잊혀졌던 파두
파두의 음률이 좋았다. 그때 당시 파두라고 해봤자 아말리아 로드리게스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제 갓 친해진 이탈리아 친구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냐는 말에, 나도 모르게 '칸초네와 파두'라고 대답했다. 음악이라면 클래식이든 대중음악이든 가리지 않고 듣고 있었지만, 파두는 그즈음 거의 처음 듣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가 듣던 파두는 '어두운 숙명'이나 '검은 돛배' 같은 곡들이 다였지만, 그 이탈리아 친구의 파두는 훨씬 더 다채롭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가 내게 카세트테이프 세 개를 내밀었다. 자신이 나를 위해 녹음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국내에서 돈을 주고도 사기 힘든 소중하고도 낯선 파두 몇 곡을 카세트테이프로 소장하게 되었다.
지금이야 듣고 싶은 노래 편하게 검색해서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때는 구할 수 없어서 못 듣는 음반도 많았다. 그 친구는 '더블데크'라고 불리는, 카세트테이프 두 개 들어가는 플레이어에, 한쪽은 테이프를 재생하고 또 다른 한쪽은 그 곡을 녹음하여 나를 위한 복사본을 만들었던 것이다. 덕분에 그 음악들을 내리 돌리고 또 돌려가며 애지중지 틀었다.
세월이 또 흐르고... 카세트테이프들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카세트 플레이어가 고장이 났다. 그리고는 더 나아가 구시대 유물이 되어버렸으니, 그 음악들을 더는 못 듣게 되는 날이 왔다. 그렇게 창고에 있던 카세트테이프들을 이제는 버려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득 유튜브가 떠올랐다. 제목만 알면 그 곡들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예 기억나지 않는 그 시절 음악들...
친구가 일일이 가수 이름을 써주지 않았더라면 어떤 곡이 이 안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름이 있어서 운 좋게 유튜브로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세월은 흘렀어도 그때 듣던 그 음악들이 참 귀에 익숙하게 와닿는다. 서정주 님의 구절을 빌어,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문득 내게로 돌아온 이 음악들이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반갑고, 또 반갑다.
그중에, 조제 아폰수(José Afonso)와 이세수(Excesso)의 곡을 들어보고,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것도 들어본다. 세월이 흐른 만큼 처음 이 곡들을 듣던 그때와는 또 다른 감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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