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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시

딱 한 번 새끼줄 꼰 날

by 비르케 2024.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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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시골집, 옛날집

딱 한 번 새끼줄 꼰 날 

 

눈이 가물가물 

침침한 등불 아래 할배할매 새끼줄 꼰다 

할부지 뭐해? 

어린것이 잠이 그리 얕아서야 

 

나도 해볼래 

부시시 이불을 걷고 지푸라기 끌어다 꼬아본다 

딱 한 번 새끼줄 꼰 날 

 

왼손은 몸 쪽으로 오른손은 바깥 쪽으로 

양손을 비비며 할배할매 따라 꼬아본 새끼줄 

어린 손이 빚자 오른쪽 지푸라기만 꼬인다 

왼손 힘이 부족해 왼쪽은 직선인 채로 

 

가지런한 새끼줄 위에 

굵기마저 엉성한 미운 새끼줄이 놓인다 

 

잘한다 잘한다 우리 새끼 

얼굴 들여다보며 미소 짓던 할배할매 

 

마루 끝 볏단 옆에 새끼줄 그러모아 걸어두고 

까무룩 그만 잠이 든다 

 

나는 안다 볏단 옆 새끼줄 걸어진 곳 후미진 그늘 

술 먹는 것도 속상한데 걸핏하면 손주 과자까지 사들고 와 

할매 싫은소리 듣지 않으려 할배가 감춰둔 

고소한 과자 

 

딱 한 번 새끼줄 꼰 날 

그날로 돌아가 할배할매 보았으면 

 

마루 끝 볏단 옆 새끼줄 걸어진 곳 후미진 그늘 

그 고소한 과자 오도독오도독 깨물며  

할배할매 한 번만 안아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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