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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문채원, 박시후 주연의 잘 만든 사극, 공주의 남자

by 비르케 2021.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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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손에 꼽을 만한 기억 속 드라마 몇 편이 있다. 10년 전 드라마지만 아직도 회자되는 공주의 남자도 그런 드라마다. 픽션이긴 해도 역사에 기반한 사극으로, 드라마를 공부하거나 극본으로 소장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대본까지 완소 드라마다. 

 

문채원, 박시후 주연의 잘 만든 사극, 공주의 남자

 

드라마 '공주의 남자'는 2011년에 KBS2에서 24부작으로 방송되었다. 벌써 10년이나 지난 드라마지만,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인물과 사건을 짜임새 있게 배치해서 지금 봐도 잔잔한 감동이 느껴진다. 수양대군(세조)의 딸 세령 역을 맡은 문채원김종서의 아들 김승유 역을 맡은 박시후 두 사람의 가장 빛나는 시기 걸작이 아닌가 싶다. 

 

 

 

문채원, 박시후 두 사람이 각각 원수지간인 집안의 아들딸로, 주변의 방해를 물리치고 사랑을 이뤄나가는 남녀 주인공을 맡았다. 여기에 문종의 딸이자 단종의 누이인 비련의 여주인공 경혜공주 역에 홍수현이 등장한다. 또 변절자 신숙주의 아들로 세령을 사랑했으나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한 신면경혜공주의 남편 정종의 이야기도 있다. 

 

 

 

공주의 남자 시대적 배경과 극 속의 주요 사건 

이 드라마는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한다. 수양대군(세조)이 조카인 단종을 밀어내고 왕위를 찬탈한 사건이다.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 조선 4대 왕 세종은 누군가 어린 세손에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음을 미리 예견했다. 세종의 아버지이자 조선 3대 왕인 태종도 왕자의 난을 두 번이나 일으켜 형들과 동생들을 제거하고 권력을 찬탈한 장본인이었으니, 형제간 혈투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세조는 태종을 본보기 삼아 계유정난을 단행했다. 

 

세종은 자식을 여럿  두었고 적자만 해도 여덟이나 된다. 그중에는 수양대군이나 안평대군 등 능히 왕권에 도전할 수 있는 강한 인물들이 있었다. 

 

왕위를 물려 받은 문종은 인품도 훌륭하고 학식은 깊으나 몸이 쇠약한 데다, 연이어 세자빈이 쫓겨나거나 죽게 되는 바람에 어린 세손 하나만을 두고 있었으니 기반이 매우 약했다. 또한 세종에게는 집현전 학자들이 있었지만, 문종에게는 아버지의 신하들만이 있었다. 

 

세종은 생전에 자신이 아끼던 집현전 학자 출신 충신들을 불러 세손을 특별히 부탁한다. 세종의 이런 부탁을 받은 집현전 학자들이 후에 죽음을 불사하고 단종 복위 운동으로 약속을 지켜낸 사육신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성원, 유응부)생육신(김시습, 원호, 이맹전, 조려, 성담수, 남효온)이다.

 

세종의 염려대로 문종은 겨우 두 해 왕으로 살았다. 혈육도 결국 단종과 경혜공주, 그리고 옹주 한 명만을 남겼다. 단종과 경혜공주의 모후인 현덕왕후는  단종을 낳고 숨졌는데 그 이후에도 계속 국모 자리가 비어 있었기 때문에 단종은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를 앞세우고 누나만을 옆에 둔 채 나이 많은 대신들 속에 홀로 남았다.

 

 

 

여기서부터는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수양대군은 결국 경혜공주마저 단종에게서 떼어내고, 차차 단종복위운동을 빌미로 아버지 세종의 신하들 중에 곁에 둘 자와 제거할 자를 가려내기 시작한다. 한명회를 끼고 살생부를 동원해 반대되는 세력에 철퇴를 휘둘러 숙청을 단행한다.

 

세종이 세손을 부탁했던 충신 중에는 신숙주도 있었는데, 신숙주는 이때 새로운 권력의 편에 선다. 금세 상해버리는 숙주나물의 유래가 된 변절자의 전형이다.

 

이렇게 수양대군은 계유정난을 통해 세조가 된다. 이때 죽음을 맞은 이들 중에는 김종서도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김승유의 아버지다. 

 

 

공주의 남자 줄거리 

병세가 완연해 보이는 문종은 자신의 병의 위중함을 숨긴채 정사를 돌본다. 아직 열한 살 밖에 안된 어린 세자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경혜공주를 동생 수양의 무리들 속에 남겨두고 가는 일이 무척이나 두려운 듯하다.

 

수양대군은 아버지인 세종이 아끼던 신하이자 당대 실세인 대호 김종서에게 혼담을 넣는다. 김종서가 자신의 편에 선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든든한 배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부분은 픽션이고, 이 드라마 또한 역사에 기반했을 뿐, 고증을 거친 정통 사극은 아니다. 

 

공주의 남자에서 문종의 딸 경혜공주와 수양대군의 딸 세령

 

수양대군의 딸 세령은, 문종의 딸이자 고종 사촌간인 경혜공주를 무척 따르고 가까이 지낸다. 종친으로서 자주 궁궐을 오가던 중에, 어느 날 김종서의 아들인 김승유가 공주의 강론을 맡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경혜공주는 마침 강론이 싫었던 참에, 자신을 대신해 세령에게 강론에 들게 한다. 강론에 드는 신하와 공주의 사이에는 발이 쳐져 있어서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니 한 번쯤 그런 장난을 친다고 들킬 일도 없었다. 하지만 세령이 자신의 신랑감을 몰래 한번 보겠다고 시작한 장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리고 만다. 

 

그야말로 운명의 장난인 것이, 문종 또한 든든한 사윗감이자 경혜공주와 단종을 보호해줄 인물로 뒤늦게 김승유를 마음에 둔다. 이미 김승유는 가짜 공주 세령을 마음에 두고 난 이후다. 경혜공주는 자신뿐 아니라 동생인 단종의 안위까지 내걸린 혼사였기 때문에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가 필요했지만, 세조의 입김에 의해 드라마에서는 동네 잡배로 묘사되는 정종을 남편으로 맞이하게 된다. 

 

 

 

아픈 사랑은 벌써 시작되었지만, 결국 김종서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목숨을 겨우 부지한 김승유는 사랑 대신 복수에 눈이 멀게 된다. 연정을 품었던 세령이 원수인 수양대군의 장녀라는 사실을 알고 급기야 세령을 납치하는 일까지 벌인다. 

 

 

 

경혜공주 또한 친자매처럼 지내던 세령에게 거리를 둔다. 왕위를 빼앗은 수양대군처럼 세령 또한 자신의 것을 빼앗았다. 김승유를, 그리고 공주의 자리를 세령이 가져갔다 여겨 예전의 살가운 모습은 완전히 사라진다. 처음부터 가까이하고 싶지 않던 정종과 부부가 되어서도 거리를 두다가, 막상 자신과 단종을 위해 정종이 온몸을 불사르다 능지처참 형을 당하게 되니, 뒤늦게야 부부로서의 애틋한 정이 솟는 경혜공주라 극 중에 가장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인물이기도 하다. 

 

 

대본으로 읽어도 좋은 공주의 남자

 

역사적인 반정의 순간도 드라마 속에서 보게 된다. 세조가 정권을 잡은 계유정난과 더불어, 단종을 지키기 위해 사육신들이 세조를 제거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도 함께 본다.

 

사극에서만 볼 수 있는 시대적인 고유명사나 예법 및 정서 등은 극을 통해서는 제대로 보기 어렵다. 또 역사적인 인물들을 배치한 경우에도 극에서는 자막으로만 슬쩍 지나가다 보니 찬찬히 보기 어려운데 대본으로 보면 더 정확하게 보게 된다. 빛나는 지문 또한 마찬가지다. 공주의 남자'처럼 잘 쓰인 대본은 극본이나 시나리오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 

 

공주의 남자는 야사에 실려 있는 김승유와 세희 공주(극에서는 세령)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나 이 드라마가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주인공인 문채원의 부드럽고 단아한 연기와 박시후의 다채로운 연기 덕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랑스러운 여인을 바라보던 다정한 눈매가, 복수를 위한 잔인하고 서늘한 눈빛으로 바뀌니 시대적 현실과 맞물려 더욱 아름답고 애잔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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