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장점 중 하나는 여러 나라의 영화를 고루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흥미 위주의 영화에서 벗어나, 담담하게 펼쳐지는 유럽 영화만의 감성이 때로는 좋다. 이번에는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설경을 배경으로 한 영국 영화 '스노우맨'이다.
< 스노우맨 > - 노르웨이 스릴러 영화 해석/ 귀여운 반항아 샤를로트 갱스부르
원제: The Snowman, Snömannen
장르: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해리 홀레), 레베카 퍼거슨(캐트린), 샤를로트 갱스부르(라켈), 발 킬머(라프토 형사) 등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19분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이야기
영화 '스노우맨'은 '요 네스뵈'라는 노르웨이 작가의 유명한 연작소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중 일곱 번째 작품을 극화했다.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하고, 극 중에도 노르웨이임을 알 수 있는 지명들이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영국 영화다. 대사 또한 영어로 되어 있다.
등장인물 중에 반가운 얼굴이 있다. 적어도 '귀여운 반항아'라는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는 반가울 만한, 샤를로트 갱스부르다. 그녀가 극 중에 '라켈'이라는 인물을 맡았다. 어린 시절부터 유명세를 치렀던 귀여운 반항아는 여전히 멋진 가수로,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1996년 제작된 '제인 에어'에서 주인공 '제인' 역할을 맡은 바 있다. '제인 에어'가 여러 번 영화화되는 동안 여주인공도 많이 바뀌었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제인'이라는 캐릭터와 가장 잘 어울리는 듯하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또 다른 주인공, 마이클 패스벤더도 '제인 에어' 남자 주인공 '로체스터' 역을 맡아 연기했었다. 샤를로트 갱스부르와 함께는 아니고, 미아 바시코프스카와 찍은 2011년 버전에서다.)
스노우맨 줄거리 중 일부
영화의 시작은 어린 소년이 삼촌이 온다며 호들갑을 떠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삼촌이 갑자기 찾아오자 엄마는 매무새를 가다듬느라 분주하다. 여기서의 삼촌이 그 삼촌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다. 남자는 두 손 가득 가스와 식료품을 들고 집에 들어선다.
잠시 후, 탁자에 마주 앉은 소년에게 남자는 노르웨이 역사에 관한 문제를 낸다. 제대로 대답하지 못 하자 식탁에 있던 커피콩을 엄마에게 집어던지는 남자, 이어 손찌검도 한다. 애한테 신경 좀 쓰라면서... 소년이 집 밖에서 혼자 눈사람을 만든다. 뭔가로 점점이 찍어 눈사람 입을 만들어 주는데, 아까 바닥에 떨어졌던 커피콩이다.
소년의 엄마는 남자에게, '당신 아들이라고 부인에게 말해야겠다' 말한다. 아마도 어쩌다 한 번씩 찾아와 이런 식으로 공부를 봐주는 대신, 학교에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한 협박성 발언인 것 같다. 어쩐지 소년은 서류상 '세상에 없는 아이'가 아닌가 추측된다.
남자는 다시는 안 올 것처럼 화를 내며 차를 몰고 가버린다. 정신 나간 듯 그 뒤를 운전하며 따라가는 엄마와 소년, 그러다 어느 순간 정신줄을 놓고 운전대를 놔버리는 엄마... 제어되지 않은 차는 제멋대로 얼어붙은 강물 위를 질주한다. 그리고 곧 얼음이 깨진다.
영화 스노우맨의 도입부는 마치 대화가 곁들여진 긴 몽타주를 보는 듯 어느 순간 강렬하면서도 빠르게 의식을 점령해버린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시점부터 이야기가 새롭게 전개된다.
오슬로 경찰서 경감인 해리는 홀로 알코올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도입부에서 죽어가는 엄마를 바라보던 아이가 자라서 해리가 된 건가 하는 상상을 하게 될 정도로 쓸쓸하고 피폐해 보이는 모습이다.
어딘가 마음 붙일 데가 필요한 해리에게 새로운 동료가 생긴다. 젊고 당찬 카트리네다. 두 사람은 연쇄살인사건을 파헤쳐나가게 되고,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아이를 둔 젊은 여자들이라는 데 착안한다. 또 희생자들의 공통점을 찾아가던 중에 겹쳐지는 한 인물을 수사선상에 놓는다.
그러던 중, 사라진 형사 라프토의 자료를 발견하게 되고, 그가 베르겐에서 이번과 비슷한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는 점도 알게 된다. 베르겐에 가서 라프토의 죽음을 확인하게 되는 해리, 사진 속 그의 주검 아래 검은색 뭔가가 떨어져 있다.
범인은 눈 오는 날을 골라 눈사람을 만들고 살인을 저질렀다. 라프토의 주변에 있던 검은색 물건의 정체는 커피콩임을 추론할 수 있다. 도입부에서 혼자 눈사람을 만들던 소년이 눈사람 입에 박았던 커피콩... 눈사람이 녹으면 커피콩도 후드득 떨어진다.
카트리네는 사건의 본질 속으로 직접 뛰어들기 위해 용감하게 위장 투입을 감행한다. 이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카트리네의 직감처럼 그녀가 진실을 캘 수 있다 생각한 본질이란 게 정작 포커스가 맞았던 것일까도 상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카트리네가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이 사건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그녀는 원작 소설 속 '라프토의 딸'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뻔한 설정일 수 있지만 그처럼 무모하게 사건에 뛰어들 수 있는 이유가 충분히 설명이 된다. 스포일러는 여기까지, 이 영화는 유명 소설 원작의 영화답게 구성이 좀 난해한 감이 있어서 여기까지 설명을 듣고 봐도 충분히 볼만 할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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