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를 보면 떠오르는 일본 영화와 일드가 있다.
영화 '텐텐'과 드라마 '유성의 인연'이다.
두 작품은 연관성이 없어 보이면서도, '카레'라는 요리로 기억을 연결시킨다.
그리고 두 작품 모두 미우라 토모카즈가 등장한다.
미우라 토모카즈 - '텐텐' 슬픈 카레, '유성의 인연' 달달한 카레
지난번 미우라 토모카즈가 등장하는 영화 '텐텐'을 포스팅한 적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등장인물 두 사람이 마지막을 함께 하는 자리에 카레 요리를 먹기로 한다. 그리고 마침내 카레 요리를 먹던 날, 두 사람은 복잡한 감정들까지 함께 씹어 삼키게 되고, 그중 한 사람은 너무도 슬픈 나머지 마침내 눈물을 훔쳐낸다. ▶미우라 토모카즈 영화 '텐텐' - 가을에 생각나는 카레 느낌 영화
이 영화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카레를 만드는 인물도 등장한다. 그녀가 만드는 카레 요리에는 인도 양념 처트니(챠츠네)가 꼭 들어간다. 그녀는 미리 만들어서 눅진해진 '처트니 들어간 카레'를 식탁에 올린다. 일본에서는 카레 만드는 법이 집집마다 가게마다 꽤 다양해 보인다.
"우리집 카레요?"
일드 '유성의 인연'에서 카시와바라 형사(미우라 토모카즈)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그의 후배가 자신의 집 카레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평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니까 고기랑 야채를 푹 익혀서..."
"고기는 돼지야, 소야, 양이야?"
"양일 리는 없잖아요. 루를 냄비에 부어서 섞은 다음... 밥에 얹어서..."
"잠깐 잠깐, 초코렛도 안 넣고?"
"무슨 초코렛을, 안 넣어요."
유성의 인연
원작: 히가시노 게이고
등장인물: 니노미야 카즈나리, 니시키도 료, 토다 에리카, 미우라 토모카즈 등
'유성의 인연'은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을 드라마화 한 작품으로, 그 배경에 '아리아케'라는 가게가 있다. 독창적인 하야시라이스를 만드는 카레라이스 맛집이다. 카시와바라 형사는 이 집의 하야시라이스 맛을 즐기는 단골로 나오는데, 어느 날 아리아케에서 주인 내외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카시와바라 형사가 이 사건을 직접 담당하게 된다. 자신이 자주 다니던 식당 주인의 사건을 직접 맡게 된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아리아케 부부의 삼남매가 자라나 그중 맏이인 고이치가 아리아케의 카레 맛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이들 남매의 안부를 챙기는 카시와바라 형사가 그들 곁을 맴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리아케의 맛을 똑같이 재현하고 있는 대형 식당을 발견한다. 아리아케의 하야시라이스의 맛을 베끼고 아리아케 부부마저 죽게 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삼남매는 어렴풋한 기억 속 뒷모습만으로 각인된 범인을 마주하게 되고, 곧이어 뜻밖의 진실을 접한다.
"초코렛도 안 넣는다니. 없어 보이게"
"뭐가 없어 보여요. 보통은 안 넣지 않나요?"
"어느 쪽이 보통인지는 모르는 거잖아."
완성된 카레 요리에다 초콜릿을 갈아 넣는 카시와바라 형사의 습관을 통해, 단 맛이 깃든 카레를 좋아하는 그의 독특한 기호를 엿볼 수 있다. 아리아케의 인기 메뉴였던 하야시라이스도 단맛이 가미된 카레였던 것이다. 일본식 하이라이스를 떠올리면 될 것 같다.
미우라 토모카즈가 카레를 먹는 모습은, '텐텐'에서든 '유성의 인연'에서든 어딘지 우수에 차 있다. 어쩌면 '유성의 인연'에서 그가 탐닉하던 단맛의 카레는 불행을 안고 살아가는 한 인물이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위안이었을 수도 있다. 더불어 오랜 세월 혼자만의 불행을 여러 사람의 것으로 만들었으니, 그 단맛은 좀처럼 달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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