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글..

'불가능을 극복하는 소망'에 관한 소고

by 비르케 2020. 12. 29.
300x250

 

얼마 전 나폴레온 힐이 쓴 자기 계발서를 포스팅한 적이 있다.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1 이란 이름의 책이다.

 

나폴레온 힐은 "소망은 모든 성공의 출발점"이라 했다. 

그리고 "소망은 불가능을 극복하게 만든다"고도 말했다. 

 

그 실제 사례로 나폴레온 힐은 자신의 아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 의사는 그 아이가 평생 농아로 살게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나폴레온 힐은 자신의 아들이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 결과 귀 주변 뼈에서 청각 인지의 작은 가능성을 찾게 된다. 

 

청각장애가 있는 아들에게 처음부터 수화를 가르치지 않던 그는, 사무국과도 논쟁을 벌여야 했다.

그즈음 보청기가 눈에 띄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보청기를 통해 아들은 소리를 듣게 되었고, 나폴레온 힐은 그토록 꿈꿔왔던 소망을 이룰 수 있었다. 

 

 


 

 

 

나폴레온 힐의 아들에 관한 일화를 듣는 내내, 청각장애를 다룬 다른 책을 떠올렸다. 

일전에 포스팅을 한 바 있는, 수화가 꽃피는 마을이라는 작품이다. 

 

그 책에는 부모로부터 수화를 하지 못 하도록 입말을 강요당했던 인물, 크리스틴이 나온다. (그렇다고 나폴레온 힐의 아들이 입말을 강요당했다는 뜻은 아니다)

 

크리스틴은 수화로 소통하지 못했던 것이 어린 시절 상처로 남았다. 상대방의 입말을 표정으로 이해하고, 비슷한 입모양으로 말을 시도하는 것은 그녀에게 괴로움일 뿐이었다. 

 

수화가 꽃피는 마을은 액자소설이기 때문에 같은 소설 안에 두 개의 서로 다른 시간적 배경이 존재한다.

 

100년이라는 시간 차를 두고 또 다른 청각장애인이 그 마을에 살았었다.

 

100년 전 인물 장 페르는 청각장애가 있었지만 어진 부모 밑에서 행복하게 자라났다. 장 페르의 부모님은 장애가 있는 아들일지언정 아낌없이 후원하고 장애를 떨쳐낼 수 있게 도와준다. 마침내 그는 열심히 공부해 자신처럼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가 되었다.

 

그러나 우생학의 대두를 비롯한 새로운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어느 순간 그는 세상으로부터 밀려난다. 수화를 하지도, 가르치지도  못하도록 정책적으로 강요를 당했고, 그와 마찬가지로 청각장애가 있는 연인과의 결혼도 금지당한다. 그로 인해 그 뿐 아니라 그의 가족, 그의 정혼녀 모두 나락에 빠진다. 모든 희망이 사라지고 결국 그가 택한 것은 죽음이었다. 

 

장 페르, 크리스틴 두 인물 모두 수화를 금지당했지만, 장 페르 시대의 편견과 차별의 장벽이 더 컸다. 크리스틴에게는 1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만큼 사람들과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일이 가능해졌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지만.

 

 

수화가 꽃피는 마을 속 인물들과 비교해볼 때, 나폴레온 힐의 아들의 일화와 관련된, "소망은 불가능을 극복한다"는 말에는 모순이 있다. 

 

아들의 귀 근처에 청각이 미세하게 살아있었던 것부터가 불가능보다는 가능성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장 페르나 크리스틴처럼 아예 들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제로인 경우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그러니 그 일화는 불가능을 극복했다기보다 가능성을 키웠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또한 보청기의 발명은 소설 속 인물들일 망정, 장 페르나 크리스틴에게도 기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나폴레온 힐처럼 자식을 위해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계를 찾아보고 조달해줄 유능한(?) 부모가 없었다. 나폴레온 힐의 글에서 보면, 아들을 위해 보청기 견본을 이것저것 사용했는데, 그중에 어떤 한 보청기가 소리를 듣게 해 주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기능이 탁월한 보청기가 모든 이들에게 일반화되어 있던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은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노력의 산물이었다.

 

결국 당시에 보청기가 발명되었다 해도 나폴레온 힐의 아들처럼 청력이 조금이라도 살아 있는 경우에 국한되어 청력회복이 가능했었고, 그나마 특별한 계층이라야 그 가능성이라도 모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폴레온 힐이 말했듯이, 소망은 불가능을 극복하게 한다. 소망이 불가능을 극복한 사례는 그의 책 속에 많은 본보기를 통해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유독 그의 아들의 일화는 살짝 불편하다. 오랜 세월 아들을 위해 공들였을 시간들을 생각하면 아버지로서의 그의 소망은, 비행기의 전신을 만든 라이트 형제의 그것만큼이나 대단한 것이었겠지만.

 

 


관련글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1 - 나폴레온 힐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1 - 나폴레온 힐

자기계발서는 어떤 연령층에서 주로 읽게 될까? 요새 책을 읽는 주 연령층은 40~50대라고 하는데, 자기계발서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은 오히려 자

birke.tistory.com

수화가 꽃피는 마을 - 자닌 테송

 

수화가 꽃피는 마을 - 자닌 테송

3년 동안이나 사려는 사람 하나 없던 폴루씨의 집이 드디어 팔리게 되었다. 아내가 죽고 나서 바로 내놓았지만 고속도로가 곁에 있어 시끄럽다는 이유로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았던 집을 결국 

birke.tistory.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