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생각나는 붕어빵, 그 고소한 팥앙금이 든 따끈하고 바삭한 맛이 좋다.
그런데 요새는 붕어빵을 사 먹고 싶어도 파는 곳이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붕세권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붕세권 붕어빵 천 원에 몇 마리?
역세권, 학세권, 공세권, 숲세권, 심지어 스세권도 있다. 역에서 가까운 곳, 학교를 가까이 둔 곳, 공원이나 숲이 있는 곳,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는 곳 등이다. 거기에 추가해, 슬세권은 우스갯소리로 슬리퍼 신고 나갈 수 있는 상권이 가까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붕세권도 있다. 사먹고 싶어도 붕어빵 파는 곳이 없다 보니 붕어빵을 살 수 있는 동네도 점점 귀해진다. 특히나 신도시로 갈수록 노점상이 떴다 하면 신고가 빗발치는 통에 붕어빵이 자리 잡을 새가 없다. 야박하다 할 수 없는 게, 상가 임대료가 너무나 비싸다 보니 공짜로 길에서 장사하는 분들에게 관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공부하는 아들이 붕어빵을 먹고 싶다고 하길래 비도 오는데 우산 쓰고 붕어빵 사러 나선 길이다. 붕세권에 사는 건 아니라서 한참을 우산 쓰고 걸어나가야 한다. 붕어빵 좀 사려고 비 오는 거리를 걷자니 붕세권이란 말이 왜 생겼는지 알 것만 같다. 이런 날 붕어빵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은지, 붕어빵 천막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앞사람이 대체 몇 마리를 산 것인지 종이봉투 너댓 개가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나간다. 역시나 붕어빵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자리에는 붕어가 몇 마리 남지 않았다. 붕어빵 2개 천 원, 이천 원어치만 살 거라서 있는 걸 담아주셔도 되는데 계속 굽고 계신다.
사진 좀 찍어도 되는지 양해를 구하니, 아주머니가 대뜸 이러신다.
"요전날도 찍더니 뭘 또 찍어!"
순간, 내가 그 요전날(?)에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나 생각했다. 지난번에 이 포장마차에 처음 들르고 이번이 두 번째인데, 그때 사진을 찍었었나 한참을 생각했다. 평소에 사진을 자주 찍는 편이라 찍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에서 찍었던 기억은 없어서 뒤늦게야 한 마디 한다.
"저 이번에 처음 찍어요."
누군가 또 사진을 찍었나보다. 나처럼 붕세권에 살지 않는 사람은 붕어빵 만드는 게 신기하다.
때마침 아주머니가 갓 구워진 놈들을 올려놓으신다. 사진 처음 찍었는데 요번날도 찍었다 하신 아주머니가 더는 뭐라 안 하실 것 같아서 얼른 한 장 더 찍었다. 맘 같아선 빵틀 뒤집는 것까지 찍고 싶었지만, 아주머니가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 같으니 붕어빵만 나오게 찍었다.
새로 구운 붕어빵에서 아우라가... 알루미늄 호일의 광채를 받아 붕어빵이 빛난다. 원래 천 원에 두 마리인데, 이천 원어치 봉지에 듬뿍도 안겨주신다.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더 세차게 내렸다. 한손으로 우산 들고 다른 한 손에 아들 먹일 붕어빵 봉지를 들고 한참을 걸어오다 보니 빗물을 먹었는지 눅눅해진 봉지가 하마터면 찢어질 뻔했다. 겨우 집에 돌아와 힘없는 봉지를 찢어내니 너덜너덜하다. 붕어들도 물을 좀 먹었다.
이번 붕어빵은 비 때문에 비주얼이 말이 아니라서 지난번에 찍어둔 붕어빵 사진을 대신 올려본다. 아주머니가 요전날(?) 찍어놓고 뭘 또 찍냐고 할 때 '내가 그랬었나' 헷갈렸던 게, 그날 이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 찍었던 이 사진 말고 포장마차에서 찍은 사진은 역시나 없다.
올해 처음 붕어빵일 뿐 아니라 몇년 만에 처음인 붕어빵이라 신기해서 그날 먹기 전에 찍어둔 사진이었다. 그날도 천원에 2개인 붕어빵을 세 개나 넣어주셨었다.
너덜너덜해진 붕어빵 중에 가장 이쁜 놈으로 골라 아들에게 준다. 습기는 좀 먹었지만 꼬리는 여전히 바삭바삭하니 맛있다. 소도 듬뿍 넣어주시고, 천원에 2개 짜리도, 이천원에 4개 짜리도 서운치 않게 담아주신 아주머니의 정이 느껴진다.
붕어빵집 정가란 호가다. 파는 사람 맘이고, 이쁘면 더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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