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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사진 한 장 또 한 장

블랙버드 한 마리, 혼자만의 쓸쓸한 응원을 하다.

by 비르케 2009.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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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산책을 나갔다.

봄 색깔이 더욱 완연해지고, 머리 굵은 몇몇 아이들이 축구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다.

입구에는 5월까지 잠궈놓는다는 표지판이 있는데도, 아이들은 철책을 넘어 들어가 축구를 하고 있었다. 

 

앗, 아 녀석은... 이 부근에 많이 사는 블랙버드(blackbird)다.

우리나라 말로 어떻게 불리우는지 자세히는 모르겠다.

그저 독일어로 '암젤(Amsel)'이니, 지빠귀 종류 중 하나일 것 같다.

아니면 영어 풀이로 '검은새' 일지도...

 

어쨌든 숲을 종종 뛰다가, 달음박질치다가, 수풀더미에서 바스락대기도 하며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이 녀석이 이렇게 조용할 때도 있다니...

오늘만큼은 아이들의 축구 경기를 소리없이 관람하고 있는 조용한 팬이기로 했나 보다.  

 

다가가는 발소리에 놀라 푸드덕 날아오르는 블랙버드,...  

녀석을 화면의 중심에다 잡지는 못 했지만, 어찌 되었건 화면 안에는 들어왔으니 그런대로 성공이다.

온통 검은 녀석, 부리는 노랑색, 아니 황금색이라고 해 두자.

몸도 제법 날렵하니 예쁘게 생긴 녀석이다.  

 

나를 피해 아예 철책 위로 올라서더니, 그래도 축구하는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어쩐지 어린아이처럼 촐랑대기만 하던 이 녀석의 다른 면을 보는 듯 하다.  

 

나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지, 아예 다시 나뭇가지 위로 푸드득 날아올라가 버린  블랙버드...,

제법 운치있는 그림자를 드리운 채로 요염하게 앉아 있다.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 녀석의 지극한 관심을 어찌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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