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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노트북 사진 폴더에는 독일의 옛 사진 하나가 있다. 아마도 예전 독일에 있을 때 저장해 놓은 게 아닐까 싶다. 언제 무슨 용도로 내 사진 폴더에 이 사진이 들어가 있는지는 몰라도, 저장명에는 '1936년 프랑켄'이라 되어 있다. 말 그대로 1936년 프랑켄 지방의 모습이다.
이 시기는 독일이 1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고, 승전국들로 부터 천문학적인 수치의 배상금 지불을 요구받았으며, 거기에 세계 공황까지 겹쳐, 그렇지 않아도 궁핍했던 독일 국민들의 삶이 바닥을 헤매고 있던 바로 그 시점이다. 또한 사진 속의 이들은 모르고 있겠지만, 제 2차 세계대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지금의 독일을 이룬 근간이 된 '라인강의 기적'은 아직 멀기만 한 이야기이다.
사진 속에는 막 감자를 수확한 어느 가족의 모습이 담겨 있다. 현재까지도 세계 아사 인구를 줄이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감자는 그 당시 가난한 독일 서민들에게는 그야말로 고마운 곡물이었다. 그런 감자를 수확하고 나서, 힘든 노동에도 불구하고 사진기 앞에 선 이들의 모습에 비치는 한 줄기 여린 미소가 너무도 사랑스럽다.
바닥에 앉아 있는 소년들의 모습에서는 귄터 그라스 (Günter Wilhelm Grass)의 장편 소설, '양철북(Die Blechtrommel)'에서의 주인공 '오스카'가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딱 그 정도 나이, 그 정도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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