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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여행.. 산책..

고즈넉한 바다가 좋다, 장흥 회진

by 비르케 2016.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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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맘 먹으면 당장에라도 바다를 보러 한걸음에 달려가곤 했었다. 지금은 시간에 쫓겨 살다 보니 큰 맘 먹지 않으면 여간해선 바다 보기도 쉽지 않다. 일을 보러 남도에 간 김에 욕심을 부려 기어이 회진 앞바다를 둘러보았다.

 

십 년도 훨씬 넘었나보다. 전남 장흥에 위치한 회진 앞바다의 모습를 본 게 정말 오랜만이다. 처음 우연히 이곳을 지나던 때, 차 안에서 이곳 겨울바다의 모습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바다'를 떠올리면 생각나던, 그 한적한 바다의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인적이 드문 바다, 사람이 들어가 놀 만한 바다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자연 그대로의 그 숙연함에 경외감마저 드는 곳이 내게는 이곳 회진 바다이다. 처음 이곳에 발을 디딘 날도 그랬다. 외지인은 없고, 을씨년스런 날씨에 섬 주민들만이 한데 모여 장작불 옆에서 옹기종기 굴을 까고 있었다.

 

마침 갈매기 한 마리가 활공 비행 중이다.  아이가 내게 묻는다. 바다인데 왜 앞쪽에 산이 있냐고... '다도해', '리아스식 해안' 등 나도 학교 다니면서 배운 지식들을 떠올려 아이한테 몇 마디 전한다. 남도 바다를 처음 본 아이는 그마저도 참 신기해 한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신기해 하던 내 모습과 어쩐지 비슷하다.

 

회진의 노력항 안쪽으로 더 들어오면 민박이 가능한 한적한 동네가 있다. 1박2일팀이 몇년 전 장흥에 다녀가면서 이곳에서 숙박을 했던가 보다. 바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지만, 역시나 내려가 놀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노력항 선착장 모습. 올해 초만 해도 이곳 노력항에서 제주 성산포항까지 '오렌지호'라는 이름의 여객선이 다녔다고 한다. 여기서 2시간 20분이면 성산포에 도착했다 하니 참 좋은 여행 루트였을 것 같다. 세월호 사태 이후 선박을 이용한 여행객의 수가 감소하면서 지금은 8개월째 운항 중단 중이다. 그저 인근 섬을 오가거나 낚싯꾼들을 실어나르는 작은 배들만이 바다 위를 표류하고 있을 뿐, 섬은 적막한 느낌마저 감돈다. 바닥에 건조중인 걸 미처 못 보고 살짝 밟았는데, 함초가 아닌가 싶은 해조류 천지다.  

 

장흥군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연륙교의 모습. 덕분에 배를 타지 않고도 노력항을 오갈 수 있다. 연륙교와 여객선터미널을 조성하는 데 장흥군이 많은 사업비를 들였지만, 노력항-성산포항 간의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정남진 관광 관련 사업들도 덩달아 차질을 빚기도 했다.  

   

 

해가 져가는 회진 노력도의 바다 모습. 산들이 첩첩이 둘러싸인 고즈넉한 바닷가, 여름보다는 어쩐지 겨울이 더 어울리는 바다가 아닌가 싶은 회진 앞바다의 모습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여기에, 장흥의 특산품 표고버섯과 쇠고기, 키조개관자를 곁들인 '장흥 삼합', 내지는 '정남진 삼합'이 곁들여지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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