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꼬막을 까먹곤 하던 기억 때문에 꼬막을 산다는 게, 참 많이도 사버렸다. 사실 꼬막을 맛있게 까먹은 기억밖에는 없는데, 어쩌자고 이렇게나 많이 사버렸는지... 정확히 말하자면 꼬막 중에서도 '새꼬막', 역시나 보성 벌교에서 공수된 녀석들이다.
해감을 한시간 반 정도 했는데도 그다지 입을 벌리지 않는다...
검색을 통해 어둡게도 해보고, 식초도 넣어보고, 심지어 숟가락도 넣어본 후다. 이 나이에도 이런 건 엄마를 찾아야 하다니... 엄마 말이, 뻘 때문에 꼬막은 입을 잘 안 연다고 한다. 최대한 해감하고 나머지는 삶는 도중에 저으면서 자연적으로 빠지게 해야 한다는데, 이 많은 걸 혼자 다 하자니, 게으른 이 짐 많이 지는 격이다.
해감한 물에서 건져내고 보니 그래도 외관은 말끔하다. 이걸 다 까먹을 수는 없고, 일부는 말려서 술안주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지난 번 일본에 갔을 때, 조개 말린 걸 술안주로 먹은 적이 있었는데, 핵산의 고소함이 유달리 술맛을 더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수납장에서 한동안 잠자고 있던 식품건조기를 꺼냈다.
뭐든 양이 많아 고민일 때 그 고민을 한방에 사라지게 하는 마법 같은 건조기다. 인삼, 돼지감자, 밤, 연근 등 수도 없이 말려보았는데, 해산물을 말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감을 한 새꼬막은 양이 너무 많은 나머지 정말 여러 번에 걸쳐 삶아냈다. 삶아낸 꼬막은 일일이 껍질을 까야 하는데, 이때 숟가락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뭉툭한 숟가락보다는 얄상하고 짧은 게 껍질을 까기에 수월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 하나!! 꼬막 삶은 물은 절대 바로 버리면 안 된다. 꼬막을 까는 동안 가라앉도록 두었다가 나중에 위에 맑은 물만 따라서 다 깐 꼬막살을 살살 씻어주면 좋다. 꼬막살에 껍질조각도 붙어있고, 여전히 뻘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삶았던 물을 모르고 버렸다면 어쩔 수 없다. 맹물에는 씻으면 안 된다.
허거걱~ 곤충인 줄 알았다.
다음날 일어나 뚜껑을 열었다가 순간... 물론 아까의 그 새꼬막이다.
정확한 건조 조건은 아니지만, 일단 60도에 맞추었고, 시간은 14시간 정도 걸렸다. 사진 상에는 시간이 다르지만, 아침에 뚜껑을 열어보고 더 두면 안 되겠기에 중간에 껐다. 시간을 참고하고 싶다면 10~12시간 정도 말리고 나서 뚜껑을 열어보고 개인적으로 판단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건조기 중앙에 바람 나오는 부분에는 물기가 안 들어가도록 조심해야 한다. 특히나 짠물이 들어가면 고장이 나기 쉽다. 사용 후에는 조리도구들을 잘 씻어서 바람으로 한 번 더 건조한 다음 넣어두면 퀴퀴한 냄새를 방지할 수 있다.
말리고 보니 겨우 한 봉지다.
야밤에 그토록 나를 분주하게 만든, 그렇게나 많은 새꼬막인데... 아이고 허탈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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