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터미널 역은 지하철 3호선, 7호선, 9호선이 지나는 황금노선에, 경부선과 호남선 버스터미널이 있는 교통의 메카이자, 쇼핑과 문화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끼고 있어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터미널 지하상가를 둘러보았다.
아트박스 엔터식스 강남점, 고투몰 풍경
고투몰 가는 길에 엔터식스에 위치한 아트박스가 보이길래 그곳부터 들렀다. 특별히 뭔가를 사기보다 진열된 물건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아트박스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아트박스가 젊은이들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내가 중고생이던 무렵 팬시 용품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아트박스 같은 문구 체인점들이 생겨났다. 검색해보니 아트박스도 올해로 창립 37주년이 되었다.
학창 시절에 손편지 쓰면서 편지지, 펜 등을 사러 아트박스에 다녔다. 그리고 펜팔에게 보낼 선물이나 그 선물을 포장할 포장지 사러도 갔었고, 책받침 여신들 영접하러도 가끔 다니던 아트박스다. 친구와의 약속 장소이기도 했던 곳이다.
사람은 나이 들어가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아트박스는 지금도 여전히 젊은 공간이라는 점에서 대단하다는 느낌을 늘 갖게 된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그들의 니즈와 취향을 잘 연구 분석했다는 증거다. 입구에서부터 각종 팬시 및 캐릭터 용품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참 많이도 걸려 있다. 스마트폰 사진 인화하는 기계도 보인다(아래). 검색창에 '낭만출력소'를 검색해,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고, 사진을 선택한 다음, 선택한 사진을 업로드시키는 방법으로 핸드폰 속 사진을 인화한다. 일반 사진 한 장에 천 원, 증명/여권 사진은 5천 원이라고 되어 있다.
"추억이 방울방울"한 아트박스를 나와서 고투몰로 향한다. 오래전부터 사람들로 북적이던 터미널 지하상가는 몇 년 전 새 모습으로 단장하고 이름도 '고투몰(GOTOMALL)'로 바뀌었다. 고투몰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이름이 생기기 전에도 '고터(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 간다'라는 표현은 곧잘 쓰곤 했었다.
20대부터 줄곧 다니던 터미널 지하상가... 지하철 3호선만 있던 그때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다행히도 그때나 지금이나 품목이 있던 자리는 거의 비슷하게 자리하고 있으니 언제 가더라도 낯설지는 않다. 의류, 가방, 신발, 액세서리, 인테리어 용품, 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가성비 좋은 물건들이 많아서 좋은 곳이다.
코로나19 이후 처음 찾는 고투몰인데 예전보다 확실히 한산하다. 전염성 질병 때문에 사람이 쉴 수 있는 공간마다 저렇게 공사장 테이프가 붙어있는 모습 또한 을씨년스럽다. 터미널 지하상가 시절에도 이 쉼터는 이 자리에 있었다. 의자 배치 정도만 달랐을 뿐, 언제든 쇼핑 중간에 한숨 돌리는 인파로 북적이던 곳이었다.
값싸고 예쁜 옷들이 반기는 곳, 지방에서도 일부러 옷 사러 들르는 곳 중 한 곳이 이곳 고투몰이다. 가격이 싼 만큼 오랜 세월 현금만 오가던 곳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카드 계산 시에는 부가세를 따로 받곤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줄어든 탓인지 지금은 그냥 받는 곳들도 종종 있다.
단돈 5천 원 또는 만원에 옷을 파는 가게들이 많다.
돈을 억수로 찍어내서 안 오른 게 없다는 요즘인데,
이러고도 남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덕분에 5만 원짜리 두 장 가지고 나가서,
그중 한 장 남긴 채 양손 가득 옷을 들고 돌아왔다.
랩 스타일 원피스 한 장도 5천 원에 건졌다.
여름 막바지라 거저나 다름없이 업어와서
곧바로 빨아 널어두었다.
아무리 못 입어도 5천 원어치만 입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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