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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글..

양철북 (Die Blechtrommel) - 귄터 그라스

by 비르케 2021.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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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겨진 오래된 책 중 한 권, ' 양철북 '.

원제도 '디 블레히 트롬멜(Die Blechtrommel)', 양철북이다.

 

이 책은 장편이지만 꽤 여러 번 읽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만큼 인상적인 장면이 많았고, 2차 대전 전후의 독일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앞표지에는 양철북을 멘 오스카가 소리를 지르고 있는 사진이 있다. 

'양철북'은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그 영화의 한 장면이다. 

어른들의 세상을 향한 오스카의 절규는 양철북 소리와 함께 주변의 유리들을 깨뜨려버릴 정도다.

 

뒷 표지에는 이 책의 작가 '귄터 그라스'의 사진과 약력이 있다. 

귄터 그라스는 독일 전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타계했다. 

 

 

양철북 1부 '폭넓은 스커트' 중

 

주인공 오스카가 정신병원에 수감된 채, 오래전 할머니의 '폭 넓은 스커트'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할머니의 폭 넓은 스커트는 안쪽에 넉넉한 속옷을 받쳐 볼륨을 살렸던 귀족 여성들의 스커트가 아니라, 네 벌을 한꺼번에 겹쳐서 할머니의 방식대로 풍성함을 갖춘 옷차림이다. 

일은 계속해야 하고 빨래 하기는 힘들고 날은 쌀쌀하고..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스커트는 오스카에게 삶의 원천이었고, 그의 놀이터기도 했으니 상당한 분량으로 묘사하고 있다. 

 

독일이 2차대전에 패배하면서 나치당원이었던 오스카의 아버지는 과거의 흔적을 지우는 일에 몰두한다.

그러나 뱃지를 그만 바닥에 떨구고 만다.

소련군들이 들어왔을 때, 오스카는 그 뱃지를 아버지의 손에 건넨다.

얼른 감추라고 건넸다기보다, "이거 떨어뜨린 거 몰랐지?"하고 놀리는 듯하다.

 

결국 급한대로 뱃지를 입에 넣는 아버지.

그러나 뱃지 뒷부분은 압정이니 괜찮을 리 없다. 

 

부패한 어른들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스스로 성장을 멈춘 채 세 살짜리 몸으로 살던 오스카.

그러나 그의 정신은 세 살이 아니었기에 시대의 부패함을 대하는 눈도, 또래 여성에 대한 애정도 그로테스크하기만 하다.

 

그렇게 아버지가 죽고 나서 오스카는 다시 성장을 결심하고 자라나기 시작한다.

영화는 여기에서 끝이 났던 것 같지만,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의 삶도 마찬가지로 그로테스크하고 어둡다.

전쟁의 그늘 만큼이나.

 

 

범우사에서 7쇄 발행한 1989년 책이니 당연히 색도 많이 바랬다. 

 

왜 이 책을 이리도 오래 갖고 있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앞서 언급한 그  '그로테스크' 함 때문인 것 같다. 

 

당시의 어두운 시대상을 묘사하는 ' 양철북 ' 의 언어는 매우 특별하다.

그로테스크함만으로 대변할 수 있는 어떤 느낌이 있다. 

아주 길고 깊고 적나라하고 아이러니하고 아연실색하게 하는.. 

그래서 2차 대전 전후 독일 분위기가 더 실감 나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아마도 그런 언어를 배우고 싶었던 것 아니었을까.

한 번 보고 치울 만큼의 필력이 아님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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