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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의 재미있는 대목들

by 비르케 2021.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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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고전소설이다. 알다시피 양반 아버지와 노비 어머니 사이에 서자로 태어난 길동의 이야기다. 책으로 찬찬히 읽다 보면 대강의 줄거리로는 상상 못 할 잔재미가 느껴진다. 이번 책은 현암사 판본이다.

허균 '홍길동전', 재미있는 대목들

현암사에서 나온 홍길동전
홍길동전-현암사

 

길몽을 꾼 홍승상 

어느 날 홍승상은 난간에 기대어 잠깐 잠이 들었다. 그런데 꿈속에 푸른 용이 물결치며 홍승상에게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홍승상은 군자를 낳을 길몽이라 여겨 대낮부터 안방에 들어간다. 그런데 부인이 정색하며 홍승상을 물리친다. 부인이 홍승상에게 하는 대사가 재미있다. 

"승상은 한 나라의 재상이십니다. 체통이 중하신 분이 한낮에 안방에 들어와 정실부인을 천한 계집 다루듯 하시니 재상의 체면이 이러하실 수 있겠습니까?"

"부인의 도도한 고집을 안타까이 여겨 못내 아쉬워" 하던 차에, 몸종 춘섬이 상을 들여온다. 그렇게 춘섬에게서 태어난 것이 길동이다. 길동은 총명하고 무예도 출중한 아이로 자라났다. 그러나 그것이 또 시샘을 불러왔다.

 

유교 사상이 보이는 대목 

"초낭자는 내게는 어머니뻘 되는 분이라 내가 그 죄를 따지지 못하려니와 너 같은 악종을 내 어찌 살려두리오. 내 너를 죽여 뒷사람을 징계하리라."

홍승상에게는 '초랑'이라는 첩이 있었는데, 길동을 가만 놔두면 안 될 것 같았는지 모략을 꾸며 죽이려 한다. 길동이 이를 알아채고 자신을 죽이려던 자객과 무녀를 처치한다. 그러나 정작 초랑에게는 해를 가하지 않는다. 어머니뻘 되는 분이라는 이유에서다. 유교 사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당시의 신분 제도도 알 수 있다. 부모 중 한쪽이 노비면 자식은 노비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길동은 노비 신분이었다. 호부호형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을 원통해하는 그를 홍승상은 오히려 꾸짖는다. 종의 몸을 통해 태어난 재상의 핏줄이 너뿐이냐며.

♠길동이 스님들을 혼내는 대목  

불교에 대한 시선도 전과는 다르다. 사람을 둘이나 죽이고 더 이상 집에 머물 수 없게 된 길동은 길을 떠나 도둑의 소굴에 도착한다. 그곳에 우두머리가 된 그가 가장 먼저 손봐주러(?) 간 곳은 해인사였다.

홍승상의 자제가 절에 공부를 하러 온다는 말에 절이 온통 들썩인다. 이야기의 배경이 조선 초기로 추정되는 만큼, 아마도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시대에 비해 절의 힘이 약화되었을 터인데, 양반 가문 자제가 온다 하니 절에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스님들은 부지런히 귀한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지만, 길동은 스님들이 차린 음식에 일부러 모래를 넣어 이를 빌미로 스님들을 벌하고 절에 있던 재물들을 털어 나온다. 고려 왕조 이래로 줄곧 축재에 여념 없던 불교에 대한 일종의 경종으로 보인다. 

 

세 명의 아내를 맞이한 길동 

홍길동은 이후 도둑들과 함께 활빈당을 만들어 부패한 관리들을 혼내주고 가난한 백성들을 돕는데 앞장서는 의적이 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요귀를 물리치고, 무려 세 명이나 되는 아내를 얻게 된다. 이 또한 조선시대라서 가능한 상상이다.

"나이 이십이 넘어 부부의 정을 모르다가 하루아침에 세 아내를 맞아 가까이 하니 애틋한 정에 서로 떨어질 줄 모른다."라고 서술되어 있다.

 

♠ 중국을 섬기지 않는 나라 - 율도국 

길동은 '율도국'이라는 땅을 정복해 왕이 되었다. 율도국은 이상향이다. 중국을 섬기지 않고 수십 대를 두고 자손이 뒤를 잇는 태평한 나라로 묘사되어 있다. 중국을 섬기지 않아도 되는 나라, 추정으로는 일본 땅인 '류큐' 정도로 보고 있다. 중국을 섬기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이상향으로 삼았다는 게 당시의 노멀은 아니었을 것 같다. 지은이가 틀에 박힌 고지식한 성리학자는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홍길동전의 작자는 허균으로 알려져 있다. 누이인 허난설헌과 함께 이달에게서 시를 배웠는데, 스승이었던 이달이 서자 출신이었고 그와 친했던 이들 중에도 서자가 많았다. 그로 인해 서출의 아픔이 어떤 것인지 잘 알던 그였다. 작가 논란과는 별개로, 이 작품은 '작가가 알려진 최초의 한글 소설'로서의 의의를 지니고 있다. 조선시대 상을 다각도로 엿보기에도 좋은 작품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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