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김치가 언제 오려나 기다리던 참이었다.
해마다 시어머니께 얻어먹는 김장김치지만, 올해는 유독 소식이 없었다.
그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러다 12월이 간당간당해서야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워차꼬 (어떡해) !"
어머니의 정겨운 남도 사투리가 외침처럼 튀어나왔다.
내가 어머니의 김장김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어머니는 모르셨던 것이다.
어머니가 주시면 받고, 안 주셔도 달라 말 못 하는 며느리가 나다.
(그만큼 잘해드리지 못 하는 며느리다)
항상 동네 사람들끼리 모여 담그던 김장을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각자 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도 당신 드실 정도만 몇 포기 담고 말았다고 하셨다.
김장은 진즉에 끝났던 것이다.
'앗! 이럴 수가!...'
당황한 마음, 아쉬운 마음이 한꺼번에 교차했다.
남도의 진한 멸치젓국이 들어간 그 김치를,
진득한 양념이 버무려져 깊은 맛이 푹 우러나는 그 김치를,
어머니 떠올리며 배추 꽁지까지 아끼고 아껴서 먹는 그 김치를..
그 김치를 이번 겨울엔 받지 못한다는 마음에, 말할 수 없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럼에도 새로 조금 담가주신다는 말에는,
"아니, 괜찮아요, 그러시지 마세요. 날도 추운데.. 괜찮아요.."
괜찮다는 말을 연발했다.
연세도 많으시고, 90도로 허리가 굽은 어머니께 그럴 수는 없었다.
이 엄동설한에 밭에 배추도 이제 없을 건데, 읍내까지 가서 이고 지고...
그런 수고를 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기어이 김치를 담가 부치셨다.
깨가 왕창 뿌려진..
젓국이랑 양념 냄새 물씬한..
바로 버무린 듯 아삭아삭한..
어머니의 김치가 맞다.
"바로 이 맛이야! (김혜자 버전)"
이렇게 깊은 통에 어머니의 김장김치가 가득하다.
다른 해보다는 확실히 적지만, 우리집에선 이 정도면 열 달은 간다.
중간에 생김치도 먹어가면서 묵은지로 주로 먹는다.
어머니께 전화드리니, 이웃에서 배추를 얻으셨다 한다.
그래도 추운데 얼마나 힘드셨을까.
이번에는 못 먹는구나 생각했던 어머니의 김치인데, 다행이다.
꾹꾹 눌러 담아서 비닐로 덮어두었다.
신줏단지다.
다음 해에는 아무래도 전수를 받아야 할까 보다 생각 중이다.
김장 때마다 얻어만 먹다가 이제야.
내가 이처럼 신줏단지처럼 다뤄서일까,
어머니가 담그신 김장김치는 신기하게도 우리집 것이 더 맛이 좋다.
아니면 내게 주는 김치에만 어머니가 뭔가 마법을 걸어두시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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