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첫눈이 내려 있었다.
하루 종일 찌뿌둥한 날씨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하루..
그럼에도 큰 눈은 아직이다.
오랜만에 이 길을 걸으니 또 뭔가 새롭다.
어지럽게 놓인 발자국이 먼저 지나간 사람의 자취를 보여준다.
그 위에 더해지는 나의 발자국들..
산이 보이고, 더 멀리로 더 큰 산이 겹쳐진다.
검단산 쪽인데, 평소에 합쳐져 보이던 산이 오늘은 뚜렷하게 경계 지어진다.
눈이 오면 그동안 못 보았던 것들이 새로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 눈이 내린 오늘 내내 그랬다.
오전에 올림픽대로를 타고 가는 길에 그간 못 보았던 것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눈여겨보지 못했던 병원, 있는 줄도 몰랐던 공원, 어느새 많이 지어진 다리...
어쩌면 그리도 선명하게 나타나 보이는지...
네비를 보려고 켜 둔 핸드폰으로 중간에 차가 멈췄을 때, 서행하는 동안 사진을 찍어 보았다.
이 사진들은 내리는 눈을 담고 싶어 찍었을 뿐, 내용과는 무관하다.
그나마 눈발도 잘 보이지 않는다.
세로로 세워져 찍혀서, 차량 실내가 나온 아랫부분을 잘라내니 사이즈도 작다.
팔당팔화 수변공원으로 가는 이 길은 '위례강변길'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마른풀들일 지언정 꼿꼿하게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첩첩산중으로 이어진 산봉우리를 볼 때마다 어떤 아늑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봉우리에 걸쳐진 구름도 장관이다.
한강 때문에 그런 것인지, 물안개가 끼고 구름이 내려오는 걸 자주 보게 된다.
팔당대교 옆으로 제2팔당대교가 생긴다고 한다.
멀리로 가교가 지어지고 있는 현장이 보인다.
앞쪽으로는 고니들이 추위에 고개를 묻고 있다.
며칠 전까지 꽥꽥거리던 녀석들인데 오늘은 정말로 조용하다.
오는 길에 누군가 만들어둔 눈사람이 보였다.
그 순간 책 하나가 번뜩하며 떠올랐다.
잠시 벤치에서 잠에 빠졌다 일어나 보니 눈사람이 된 여자 이야기다.
한강의 '작별'
작가의 이름마저 '한강'이다.
오늘 포스팅한 이 곳도 한강.
한강에서 눈사람을 보고 떠올린 소설의 작가도 한강.
조만간 포스팅해야겠다.
'하루 또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리스마스이브.. (6) | 2020.12.24 |
---|---|
어머니의 뒤늦은 김장김치 (6) | 2020.12.24 |
매생이로 만드는 초간단 요리 (5) | 2020.12.10 |
2021 입시, 아직 끝나지 않은... (2) | 2020.12.05 |
한강 산책로에서 만나게 되는 것들 (2) | 2020.11.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