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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에곤 쉴레 (Egon Schiele)

by 비르케 2009. 3. 20.
300x250

 
그림에 입문하고 나서
어느 정도의 기본기가 갖춰진 다음,

습작으로 모사할 꺼리를 찾다 택하는 소재 중 하나가 
바로 '에곤 쉴레'의 드로잉이다. 


다음의 그림을 보면,
그가 누구의 영향을 받은 사람인지
가늠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
바로 '구스타프 클림트'이다.

장식적인 특성을 지니는
그의 스승이자, 선배이기도 한 클림트는
'에곤 쉴레'의 그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1910년경에 이르러
서서히 자신의 독창적 궤도에 들어선 '에곤 쉴레'는, 
그러나 스물여덟해를 마지막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만다.  


 
자화상을 제외하고는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
그것도 아주 에로틱한 모습의...
게다가, 같은 해 뇌일혈로 사망한다는 점까지
스승인 클림트와 몹시도 닮아 있는 그다.

관능미 넘치는 '클림트'의 그림들과는 또 다른,
어쩌면 '물랭루즈'의 여인들을 그리던 거친 '로트랙'보다도
그의 그림 속 여인들의 포즈는 더 과감하고,
과감하다 못해 어딘지 그로테스크함 마저도 느껴진다.
 
여인들과 마찬가지로 옷을 벗은 자신의 누드를,
어딘지 비틀어지고 뒤틀린 포즈로 잡아낸다.

'에곤 쉴레'의 자화상을 처음 본 느낌은,
'이 사람 뭐지?'...



(1890년 6월 12일~ 1918년 10월 31일)


"나는 내가 에로틱한 스케치나 수채화를 그렸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
.

아무리 에로틱한 작품도 그것이 예술적인 가치를 지니는 이상 외설은 아니다.
그것은 외설적인 감상자들에 의해 비로소 외설이 된다.
.
.

그러나 타락이라는 말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어른들은 그들이 아직 어린아이였을 때 얼마나 타락해 있었는지,
얼마나 성적 충동에 시달렸는지를 잊어버린 것일까.
.
.

그리고 인간은 성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는 한, 성에 대한 번민으로
괴로워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의 '옥중일기' 중 일부분이다.
그는 한 소녀를 모델로 세운 후,
어린 아이를 유혹해 '타락(그의 글에 적힌..)'시킨 혐의로
고소를 당해 감옥에 간 적이 있다.

아직까지도 예술과 외설 사이의 논쟁은 끊이지 않으니, 
어디까지를 외설로 보아야 할지는 보는 사람 각자의 몫이기도 하다.

이 일기에서 그는 다른 누드 화가의 이름을 들먹이며
많이 억울해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24일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고,
 그 뼈아픈 경험은 그의 그림을 더욱 더 어둡고 뒤틀리게 만들고야 만다. 

어린 시절 부터 가족들, 특히 아버지와 소원한 관계였던 그였고,
그의 여동생은 그의 그림 속 누드모델이 되어 주기도 하는 등,
어딘지 그의 삶의 배경에서 부터
그의 뒤틀림이나 그로테스크함이 나름 해석이 될 듯도 하다.

게다가 어느 정도 비중이 있는 미술사 서적에도
간혹 그가 빠져 있는 걸 보면,
일부이긴 하지만, 미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차도
때로 미움을 받고 있는 그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조심스럽게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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