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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보고 나서 무거운 짐을 등에, 양손에 짊어지고 집까지 걸어가자면 너무도 힘들지만, 그럴 때마다 달려와 불쑥 내 손에 든 짐을 나꿔채 가는 녀석이 있다. 작은 몸으로 엄마를 위하는 마음이 늘 앞서가는 우리 유노, 자기 능력 밖의 무거운 짐들을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녀석을 바라볼 때면 늘 가슴에 찌릿함이 밀려오곤 한다. 가득 찬 선물 보따리를 둘러맨 산타 할아버지마냥 무거운 짐을 어깨에 매고 달리다가 어느 틈엔가는 헉헉대는 모습이 늘 사랑스럽기만 하다.
"엄마, 내가 크면 엄마 짐 다 들어 줄 거야."
"내가 커서 훌륭한 사람 되면 엄마 차 사줄게요."
그러다 지나가는 차라도 있으면,
"저런 거 사줄까요?"한다.
어느 날인가는 파일럿이 되서 돈 많이 번다고 하더니, 또 어느 날 부터는 과학자로 바뀌었다. 그러더니,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알기나 한 양, 오늘을 이렇게 말한다.
"내가 만일에 과학자 되는 거 실패하면, 신입사원(독일 와서 인터넷으로 본 한국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런 회사에 들어가서 돈 많이 벌어서 엄마 많이 줄게요."
"내가 돈 벌면 우리 엄마 예쁜 핀도 사줘야지."
하루 종일 엄마를 두고, 장난하다, 애교 부리다, 엄마 머리도 묶었다 풀었다 하며 노는 녀석, 엄마의 핀이 맘에 안 드나 보다.
나중에 돈 벌어서 사준다, 해준다 한 것들이하도 많다 보니 어린 마음에도 부담이 되었던지, 어느 날인가는 이렇게 말하는 녀석,
"내가 엄마한테 나중에 사줄 게 너무 많아서 다 해줄 수 있을까?"
.
.
.
'엄마는 네 마음이 고마워.
너는 지금도 엄마에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많은 걸 선물해 주고 있단다.
그건 곧 엄마를 위하는 예쁜 마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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