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전염병으로 인해 온 세상이 마비되다시피 한 이때, 청정한 세상을 염원하는 "청정 염원 (淸淨 念願) 불교문화유산 특별전"이 하남 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하남의 불교문화유산은 아니지만 송광사 팔상도도 함께 전시되고 있어서 팔상도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하남 역사박물관 불교문화유산 특별전
"청정 염원" 하남역사박물관 특별전에 대해서는 지난번에도 포스팅을 한 바 있다. ▶하남 역사박물관 불교문화유산 특별전, 청정 염원
팔상도는 석가모니의 탄생에서 열반에 이르기까지를 여덟 장의 탱화로 표현한 것이다. 종교는 다르지만 가톨릭 성지에서 보던 십자가의 길과도 비슷한 감이 있다. 십자가의 길이 예수가 사형 선고를 받는 것부터 시작해 죽어 부활하는 것까지를 다루고 있다면, 팔상도는 석가모니가 마야부인의 몸에 임태되어 열반에 드는 것까지를 다루고 있다.
팔상도는 사찰마다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그리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를 뿐, 그림이 가지는 큰 형태는 거의 같다. 즉, 그림에서 말하는 내용은 같다는 뜻이다. 또한 하나의 그림속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시공을 초월해 한꺼번에 존재한다는 특징도 있다. 송광사의 팔상도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팔상도 중 하나다.
송광사 팔상도
도솔내의상(兜率來儀相)
그림의 왼쪽 하단에 보면 마야 부인이 앉아 있는 게 보인다.
마야부인은 도솔천에서 흰 코끼리를 탄 호명대사(오른쪽 상단)가
사바세계로 내려오는 꿈을 꾼다.
그 위(왼쪽 상단)로는 소구담이 활에 맞아 죽는 장면이 있다.
월인석보에 따르면, 소구담은 석가모니의 전생이다.
전생에 억울하게 도둑 누명을 쓰고 죽게 된다.
그 옆쪽으로는 마야부인에게 입태 장면도 있다.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
마야 부인이 출산하러 가던 중
룸비니 동산에서 싯다르타를 낳는 장면(오른쪽 하단)이 있다.
나뭇가지를 잡은 채 겨드랑이로 아이를 낳고 있는 모습이다.
그림 가운데쯤에는 이렇게 태어난 싯다르타가
한 손은 하늘을, 한 손은 땅을 가리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의미한다.
탄생을 축하하는 장면들과 궁으로 돌아오는 장면 등이 함께 담겨 있다.
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
궁궐 안에서만 머물던 싯다르타 태자는
좋은 모습만 보고 듣고 접하게 된다.
그러다가 동문으로 나아가 노인(오른쪽 상단)을 보았다.
남문으로 나아가 병자(오른쪽 하단)도 만났다.
서문에서는 누군가(왼쪽 하단) 죽어나갔다.
인생의 생로병사를 보고난 이후
북문에서 수행자(왼쪽 상단)를 만나 출가를 결심하게 된다.
유성출가상( 踰城出家相)
정반왕은 싯다르타 태자의 출가를 막으려
아름다운 여인들을 궁궐 곳곳에 심어둔다.
여색에 빠져서라도 아들이 궁에 머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어느 날 천자의 신통력으로 여인들이 모두 잠에 취하게 되고
태자는 미인들의 자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미색 이면의 추함과 의미없음을 느낀다.
(왼쪽 하단)
싯다르타는 말을 타고 궁궐을 떠나버리고
마부가 돌아와 태자가 떠났음을 고하는 장면도 있다.
(오른쪽 상단)
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
태자가 삭발을 하고 수도자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궁궐 사람들이 찾아와 궁으로 돌아가자고 설득하는 장면이 있다.
양곡을 실어오는 장면도 있다.
(중앙에서 살짝 아래)
설산수도상은 말 그대로 '설산에서의 수도'를 뜻하는데
여기서의 설산은 히말라야로 추정된다.
실제로 당시에 고행승들이 히말라야에 몰려들었다고 한다.
추위를 이겨내는 것 자체가 수도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수하항마상( 樹下降魔相)
보리수 아래서 수행중인 부처의 모습과
이를 방해하는 마귀의 모습이 보인다.
심지어 마귀는 코끼리를 타고 위협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결국 마귀의 항복을 받아 성도하게 된다.
녹야전법상 ( 鹿苑轉法相)
수행하던 부처가 녹야원에서 포교하는 상이다.
상단에는 석가 삼존불이 설법하는 장면이 있고
하단에는 다섯 비구에게 최초 설법하는 모습도 있다.
쌍림열반상(雙林涅槃相)
쌍림은 사라쌍수를 가리킨다.
사라쌍수 아래서 오른팔을 밴 채 열반에 든
부처님의 모습(오른쪽 하단)을 그린 그림이다.
금관의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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