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여행] 하카타 포트 타워 가는 길, 일본 골목길 풍경(일본 이사,주차), 하카타항
원래부터 하카타 포트 타워에 가려던 건 아니었어요. 전날 밤에 이미 후쿠오카 타워에 다녀왔으니, 날 새자마자 다시 타워에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죠. 호텔이 있는 텐진역 인근에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완간시장까지 도보로 이동해 시장 구경, 바다 구경이나 하고 올까 계획을 세웠답니다. 오후에 쇼핑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멀리 갈 수는 없었어요.
나카스강(나카강) 따라 걷습니다. 저랑 걷는 속도가 비슷한 분이 앞에 걷고 계시더라구요. 도서관에서 빌려오신 듯 뒷짐 진 손에 태그 붙은 책이 한 권 들려 있습니다. 책을 들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괜히 어떤 책인지 궁금해지곤 하죠. 어차피 알아먹기 힘든 일본 책일텐데도 궁금함은 어쩔 수 없네요.
이치란 본점도 지나갑니다. 건물을 사진에 다 담으려다 보니 아래쪽은 잘렸는데, 사람들이 벌써부터 줄을 길게 서 있는 모습입니다. 이치란은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라멘 전문점이자 일본 내 수많은 프렌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거대한 회사입니다. 진한 돈코츠 육수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맛일 거라 생각되네요. 저는 애초부터 고기맛을 모르는 사람이라 라멘 맛도 상상만 하며 지나갑니다.
리버레인몰 근처에서 텐진 방향 바라보며 찍은 사진입니다. 지진이 많다는 일본인데도 높은 빌딩들이 상당히 많아요. 멀리 텐진역 쪽에도 또 뭔가를 짓고 있네요. 건물이 열심히 올라가고 그 건물들이 다 채워지고 돌아간다는 건 그 도시에 활력이 있다는 반증이죠.
큰길 하나 건너니 방금전까지의 화려함은 사라지고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나카스강의 지류로 보이는 하카타강입니다. 방금 전 나카스강에 비교하면 소탈하죠. 계단 몇 개 내려가서 손 한 번 담가볼까 하다가 도시 하천이라서 깨끗하진 않을 것 같아서 바라만 보다 갑니다. 산책 같은 이런 루즈한 여행이 좋다 보니 혼행(혼여)이 편해요.
멘션들이 늘어선 어느 골목에 접어들었는데, 마침 이사차 한 대가 멈춰 있더라구요. 일본에서 이사차 만나기가 그리 쉽진 않을 텐데, 뜻하지 않게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이사하나 보게 되었네요.
일본에서는 '힛코시빈보(引っ越し貧乏)'라는 말이 있다고 해요. 이사때문에 가난해진다, 즉 이사 다니다가 거덜 난다는 의미인데요, 그만큼 일본의 이사는 우리보다 비싸고, 까다롭고, 격식도 차려야 하는 복잡한 일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늘 있기 마련이죠. 작은 종이 상자들 보니 포장이 정말 힘들겠어요. 일일이 사람이 지고 들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골목에 코인 주차장이 자주 보입니다. 일본은 주차 규제가 심해 빈 골목에 아무렇게나 차를 댈 수가 없어요. 이런 식으로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작은 차가 편하긴 하겠습니다.
일본의 주차 풍경,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갖가지 모습으로 주차를 시도한 모습도 외지인 눈에는 특이하고 재미있네요. 이 집들을 짓던 당시에는 차들이 많이 작았었나 봅니다. 이런 모습의 주차장들 의외로 자주 보게 되네요.. 조금만 더 공간이 컸더라면 좋았을 텐데, 좀 안습(?)입니다.
주차 규제와 관리를 엄격하게 하니 거리가 이렇게 깔끔할 수밖에 없겠어요. 주차가 편한 소형차들이나 깍두기 모양 차들이 인기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괜히 커다란 차를 가지고 다니기보다는 이동이나 주차가 중요하죠.
나카스강도 아닌, 하카타 강도 아닌, 진짜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바다도 보이고, 멀리로 고가도로도 복잡하게 얽혀 있네요. 이쪽으로 더 가면 완간시장이라는데, 싱싱한 생선들을 파는 시끌벅적한 어시장을 상상했었지만 특별히 바다 냄새도 나지 않고 어시장 비슷한 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어요.
계속 걷다 보니 야자수가 바람에 한들거리고 있는, 이국적인 모습의 하카타 포트 타워가 나왔어요. 타워에 가려고 여기에 온 건 아니었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시장 대신 타워에 먼저 가보자고 생각을 바꿨어요. 타워 옆에 '페리 타는 곳 하카타부두 제2터미널'이라는 글씨가 보여 일단 거기부터 가보고요.
터미널 뒤쪽으로 페리를 탈 수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바다 가까이 살아본 적 없는 사람들은 바다를 보면 괜히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요. 정말 오랜만에 페리 한 번 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준비 없이 와서 바로 가기엔 뭔가 막막했기에 이럴 땐 물어보자 하고 수하물 창구 직원분에게 "스미마셍~"하고 들이대 봅니다.
유리창에 크게 붙어 있는 '玄界島'를 가리키며, 여기 가려면 얼마나 걸리느냐고 호기롭게 물어봤습니다. 한자로는 '玄界島(현계도)'. 맨 위에 있으니 아마도 사람들이 많이 가는 섬 아닐까 하며.
여기 근방에 일하시는 분들은 70세 전후로 보이는 분들도 많으신데, 이곳을 지키고 있던 분도 비슷한 연령대로 보였어요. 제 질문에 손수 일어나 대답을 해주시더군요.
'玄界島'를 짚으시며, 겐카이지마는 관광으로 가는 섬이 아니다, 볼 게 별로 없다라고 하시는 겁니다. 집 나와 헤매는 아낙네에게, "그런데 가지 말고 어여 돌아가."하고 타이르시는 건가 하면서도, 따뜻하게 안내해 주셔서 기분은 괜찮았어요.
나중에 구글로 겐카이지마를 찾아보니, 후쿠오카의 유일한 화산섬으로 2005년 진도 7의 지진을 겪는 아픔을 가지고 있는 섬이라네요. 재건축이다 뭐다 아직도 불행의 잔재가 채 가시지 않았을 수 있는데, 거기다 대고 철없는 질문을 던졌었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됐어요.
타국에서 온 철없는 아낙네를 비난하기 보다, 관광으로 가는 섬이 아니라는 말로 타이르듯 돌려보내주신 직원분께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음번에는 정보를 많이 모아 와서 페리도 타보고 싶어요. 가격이 혜자네요. 사이토자키까지 450엔, 시카노시마까지 680엔, 겐카이시마까지 870엔, 타볼 만한 가격이죠?
- 이제 페리에서 눈 떼고, 하카타 포트 타워에 갑니다. 입구에 들어서니 1층에 베이사이드 박물관이 있더라구요. 후쿠오카의 항구들과 뱃길에 관한 정보들을 볼 수 있도록 전시해 둔 공간입니다. 베이사이드 박물관과 하카타 포트 타워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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