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없는 것들을 정리하기 위해 당근마켓을 자주 활용한다.
초면의 사람들이지만, 대부분 매너도 나쁘지 않고 그다지 피곤하게 하지도 않는다.
기껏해야 반값택배 되느냐는 주문 정도의 피곤함인데, 그쯤이야 언제든 오케이다.
버리는 것보다 다른 누군가가 잘 써주는 게 낫기 때문이다.
훈훈함을 경험한 느껴지는 당근마켓 중고물품 거래
최근에 당근마켓 거래를 통해 마음이 행복해지는 경험을 했다.
한참 전에 모자를 올려두었는데, 막상 산다는 사람이 나타났건만 모자가 보이지 않는 거다.
사실대로 털어놓았더니, 언제든지 찾게 되면 챗을 걸어달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모자를 찾게 되었고, 챗을 걸었다.
그쪽에서 모자를 반값택배로 받을 수 있을지 물었다.
반값택배비야 검색하면 바로 알 수 있지만, 상대방이 생각하고 있는 가격이 다를 수 있으므로 상대방에게 택배비를 물어보게 된다.
모자를 산다는 그 상대방은 반값택배비로 1,800원 나온다고 했다.
모자를 올려둔 가격이 3천 원이라서 4,800원 받으면 되지만, 편하게 총 5천 원 입금을 제안했다.
백 원 단위까지 따져가며 자질구레한 수고를 하기 싫었다.
사실 이런 물건은 나눔도 고려하지만, 나눔의 경우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닌 사람이 가져갈 수도 있기 때문에, 약속하고, 기다리고, 부치러 가는 수고 감안해 몇천 원 붙여 올리곤 한다.
물건값 3천 원에, 반값택배비 2천 원 더해 5천 원을 입금해 달라 했다.
그런데 상대방이 8천 원을 입금했다.
순간 내 말을 잘못 이해한 것인가 생각했다.
이내 채팅이 온다.
택배 부치느라 수고할 텐데 커피 한 잔 하란다.
살면서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는데, 나이가 들면서는 드문드문, 정말 드물게 그런 경험들을 하게 된다. 그 와중에 중고마켓을 통해 이런 경험을 하니 오랜만에 느끼는 신선함이랄까.. 그런 기분이 들었다. 알뜰살뜰 사고파는 데 여념 없는 중고마켓에서 이렇게 사람냄새가 물씬 나는 경험을 하다니.
이 세상에는 감사할 줄 알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들의 자양분으로 이 세상이 그래도 순탄하게 돌아가는 게 아닌지... 그런 느낌을 받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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