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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가짜 사랑 < 초우 >와 1999년의 가짜 사랑 < 안녕 내사랑 >

by 비르케 2021.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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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사람 만나 신분 상승도 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욕망, 처음부터 상대를 속인 채 시작되는 가짜 사랑은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다. 지난번 포스팅했던 1960년대 영화 < 초우 >와 1999년에 방송된 드라마 < 안녕 내사랑 >, 거짓으로 시작된 두 작품의 사랑 이야기를 비교해 보았다.

 

    관련글   옛날 영화 < 초우 >, 부잣집 아들과 외교관 딸이 되고 싶었던 남녀 이야기

 

 

< 안녕 내 사랑 >, 가짜 사랑이 진정한 사랑으로

 

안녕 내사랑 한 장면

 

민수(안재욱)와 연주(김희선)의 사랑은 처음부터 서로를 속이면서 시작되었다. 고아로 자라, 부잣집 아들인 친구 기태에게 기대어 운전이나 잔심부름 따위를 해주며 살던 민수, 그리고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하고 화장품 공장에 다니고 있던 연주.. 두 사람은 우연히 어느 대학교에서 마주친다.

 

 

안녕 내사랑_민수와 연주의 첫 만남
진짜 부자 한 사람과 가짜 부자 세 사람

 

시간이 지나 민수와 연주는 나이트클럽에서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된다. 민수는 기태와 함께였고, 연주도 친구와 함께다. 그곳에서 친구의 거짓말로 인해 연주는 졸지에 대학생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때부터 거짓말은 시작되고, 연주는 어느새 케이블 TV 사장의 딸이 되어 있다. 

 

 

안녕 내사랑_김희선
안녕 내사랑_민수에게 사랑이란
민수에게 사랑이란..

 

민수는 그간 기태를 따라다니며 알게 된 여자들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연주를 대하려 했다가 연주에게 제대로 혼쭐이 난다. 샤워하러 욕실에 들어갔다 나온 사이 자신의 바지는 가위로 갈기갈기 잘려 있고, 연주는 거울에 "너 오늘 운 좋은 줄 알아!"라는 메모를 남긴 채 사라지고 없다. 

 

 

 

안녕 내사랑_연주 앞에 무릎꿇은 민수

 

민수는 자신을 일깨워준 연주에게 무너져, 사과를 받아달라 무릎까지 꿇는다. 그렇게 어렵사리 맺어진 사랑은 점점 정점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거짓으로 시작된 사랑이었기에 결국 진실이 밝혀지는 날이 오고야 만다. 

 

 

안녕 내사랑_연주의 거짓이 밝혀지는 순간
"여기였냐, 니네 집이.."

 

연주는 민수에게 집을 안 가르쳐주려고 옆 동네까지 가서 헤어지곤 했었는데, 어느날 민수가 그녀의 집 바로 앞까지 찾아온다. 확실히 케이블 TV 사장이 살 것 같지는 않은 동네다. 조용하고도 나지막한 어조로 그녀의 상처를 정확히, 그리고 아주 깊숙이 헤짚어버리고 마는 민수다. 

 

 

 

 

1960년대 가짜 사랑 < 초우 >와 1999년의 가짜 사랑 < 안녕 내 사랑 >

- 거짓이 밝혀진 후 -

 

초우_철수와 영희의 행복한 시간
초우_영희를 폭행하는 철수
초우_모든 거짓이 끝나고..

 

영희가 외교관의 딸이 아니라 그 집 가정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철수는 이성을 상실한다. 그는 영희가 벗어둔 레인코트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영희를 폭행 유린한다. 얼마 전까지 사랑의 환희에 열광하던 두 사람은 이제 몸도 마음도 파국으로 치달았다.

 

거짓으로 사랑을 시작한 건 영희뿐 아니라 철수 자신도 마찬가지인데, 방금 전까지 거짓을 다 털고 용서를 바랬던 그는, 자신과 같은 짓을 행한 영희를 용서하지는 못 했던 것이다.

 

철수가 떠나간 문을 바라보며 눈물짓던 영희의 입가에는 잠시 희미한 미소가 스친다. 모든 것이 끝난 데서 온 안도감이 아니었을까. 이제 거짓은 끝났다는 안도감, 상대의 실체를 알고 더 이상 미련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모두를 느끼게 되었을 것 같다. 

 

 

 

 

"나도 다 가짜였다구"

 

< 안녕 내사랑>에서 거짓이 밝혀지는 순간은 민수에 의해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그려진다. 미안해할 것 없다고, 자신도 어차피 가짜였다고 그는 털어놓는다. 오래전에 봤던 드라마라서 대사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민수가 남겼던 대사 중에 마음 아픈 부분이 있었다. 대략 이런 비슷한 대사였다. 

 

"나도 불쌍하지만, 너도 참 불쌍하다."

 

동정의 표현이 아니다. 꼭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했었냐는 질책이다. 좋아한다는 말은 뭐였냐고 묻는 연주에게, "약 먹었냐, 내가 너 같은 걸 좋아하게."라는 차가운 한 마디를 던지고 사라져 버리는 민수다. 

 

이후 연주가 병에 걸리자 다시 연주를 찾는 장면이 이어지지만,  영화 < 초혼 > 에서 연인에게 약속한 홈세트를 사기 위해 도둑질까지 하는 장면에 공감이 안 됐던 것만큼이나 이 부분도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긴 했다. 

 

 

 

 

- 장마 기간이라 비가 자주 온다. 프랑스제 명품 레인코트를 갖게 되어 그 레인코트로 신분상승을 바랬던 <초우> 속 여주인공의 가짜 사랑 이야기를 비 속에 떠올려 보았고, 또 다른 가짜 사랑이야기 <안녕 내사랑>도 생각이 나서 연달아 포스팅했다. 가짜는 언젠가 실체가 벗겨진다. 실체가 벗겨졌을 때 얼마나 참혹했는지가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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