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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의 약속, 동탄 여울공원 느티나무

by 비르케 2021.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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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람들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약속의 공간이 되어주고, 조무래기들이 타고 오르면서 웬만한 사연 몇 가지쯤은 품을 줄도 알게 되었다. 느티나무 그늘에서 사람들은 서로 어우르고, 누군가는 철이 들어가고, 또 누군가는 사랑도 속삭였다. 느티나무 두 그루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동안, 사람은 떠나가고 지명은 때때로 바뀌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느티나무 두 그루 중 한 그루에 불이 붙었다. 걷잡을 수 없는 불에 그 한 그루는 그만 소실되고 말았다. 남은 느티나무는 슬펐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후로도 사람들은 홀로 남게 된 느티나무에 좀처럼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일에만 들떠 흥분해 있었다. 

 

동탄여울공원 느티나무 2018년 04월

주변이 온통 공원으로 바뀌고 날마다 아파트들이 쑥쑥 올라갔다. 휑한 흙 벌판에는 알 수 없는 자잘한 나무들이 다시 심어졌다. 그러는 동안 느티나무는 계속 늙고 쇠약해져 갔다. 마르고 약한 가지에 아이들이 마구 매달렸다. 아이들 따라 어른도 가끔 매달렸다(사진- 3년 전 느티나무 모습).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자 그제서야 사람들은 느티나무가 노쇄해서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느티나무를 보호해야 한다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신도시를 만드는 데만 열광하던 사람들이 그즈음 이 새로운 도시의 근원을 찾는 일에도 관심이 많아 보였다. 느티나무의 생일을 1600년이라 추측하기도 하고, 이 마을의 유래도 조사해 돌에 새겨 넣었다. 자신이 400년이나 묵었다는 사실은 스스로도 처음 알았지만, 마을의 유래에 대해서는 느티나무도 나름 할 말이 많았다. 

 

 

1600 느티나무 탄생
1793 정조 17년 수원도호부를 화성유수부로 승격
1895 조선 고종 32년 남양군, 수원군으로 개편
1914 남양군과 수원군을 수원군으로 통합
1914 동북면과 어탄면을 통합하여 동탄면 생김, 반송리 석우리 등 13개 리로 구성
1949 화성군으로 개편, 수원읍은 시로 승격 분리
            ......

 

동탄의 미래, "다시 400년"

 

400년 묵은 동탄여울공원 느티나무

 

그러던 어느 날, 쓸쓸한 느티나무에게 드디어 새로운 느티나무 친구가 생겼다. 짝을 잃은 느티나무의 사연을 사람들이 안타까이 여겨 새 느티나무를 심기로 결정한 것이다. 

 

불타버린 느티나무 대신 새로 심은 느티나무 

 

 

청계리 느티나무는 원래 2그루가 있었으나 화재로 인해 1그루가 소실되어 현재에 이른다
앞으로 400년의 미래를 위해 소실된 느티나무의 흔적을 남기다

 

동탄여울공원 느티나무 두 그루

사람들은 이제 느티나무가 이 동네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을 알게 된 것 같다. 늙은 느티나무에 아무나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책으로 야트막하게 경계도 만들고, 행여 부러질세라 나뭇가지 받침대도 만들어 보호해 주었다. 늙은 느티나무는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다.

 

바람이 불 때마다 늙은 느티나무는 어린 느티나무에게 소곤소곤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동네 누구네 집에 어떤 사람이 살았더란다. 그 사람은 어떠했더란다. 그런데 누구를 만나 사랑을 했잖았겠니... 가만히 들어보면, 느티나무가 낮게 속삭이는 400년 역사의 이 마을 유래가 우리 귀에도 들려올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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