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클래식이라 함은 시간이 흘러도 오래도록 높은 평판을 받는 작품들을 일컫는다.
내 맘 속 고전 중에 새해에 다시 보게 되는 책이 있다.
리처드 바크의 < 갈매기의 꿈 >이다.
갈매기의 꿈
(Jonathan Livingston Seagull)
갈매기 조나단에게 하늘을 나는 일은 비행(飛行) 그 자체다.
단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날개를 펴는 다른 갈매기들과는 사뭇 다르다.
온종일 나는 연습을 하느라 먹기는커녕 점점 말라 가는 조나단..
칸트가 말한 'Ding an sich (딩 안 지히 : 사물의 본질 그 자체)'에 충실하다.
조나단은 공중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알고자 한다.
그래서 저공비행, 어둠 속 비행, 공중회전, 저속 회전 등 다양한 비행을 시도한다.
다른 갈매기들의 따돌림과 부상이 이어지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마침내 만족할 만한 경지에 다다라 값진 보람을 느끼게 된 날이 왔다.
그러나 정상에 서면 다른 정상이 보이는 법.
어느 날 두 마리의 낯선 갈매기가 조나단을 찾아온다.
그저 먹이를 찾아다니는 갈매기들 뿐인 '이 세상(Diesseits 디스 자이츠)'을 벗어나,
'또 다른 세상(Jenseits 옌 자이츠)'으로 안내하는 두 마리의 갈매기..
그 다른 세상, 천상에서 조나단은 그저 신참일 따름이었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던 그 과정들이, 결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었음을 알게 된다.
지상의 갈매기들에 비해 소수로만 존재하는 천상의 갈매기들.
그들 날갯짓은 파닥거리지도, 지치지도 않는다.
끼룩거리지 않고도 대화를 나누는 그들이다.
그 속에서 조나단은 다시 한번 '더 잘 날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결국 목표를 이뤄낸다.
또 주변에는 그를 따르는 제자들도 생겼다.
그러나 천상에서의 삶 또한 궁극이 아님을 조나단은 서서히 알게 된다.
천상은 하나의 장소나 시간이 아니라, 시공을 초월한 완벽 그 자체였던 것이다.
마침내 공간뿐 아니라 시간을 이동하는 법을 익히게 된 조나단.
그가 다시 지상으로 돌아온다.
그곳에서 그는 예전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어린 갈매기를 본다.
끊임없이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에 전념하는 어린 그에게,
조나단은 천상에서 만났던 스승의 모습이 되어 또 다른 세상으로 그를 인도한다.
유명한 작품이라 줄거리를 다 요약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줄거리가 다가 아니기 때문에 읽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서점에 서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길이도 짧다.
갈매기의 꿈이 출판된 해는 내가 태어났던 해다.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이 책을 새해에 다시 펴보았다.
예전에 더 깊게 읽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한창때는 따분한 게 고전이니까.
책을 깊게 읽는 일 또한 조나단의 날기 연습과 비슷한 일인 듯하다.
읽을수록 다른 느낌, 다른 해석이 떠오른다.
그리고 다 안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읽어보면 여전히 빛나는 문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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