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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교과서 빌려주는 나라

by 비르케 2008.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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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적응기간 동안에 내준 '그림 그리기', '색칠하기' 등등의 숙제가 끝나고 나자, 며칠 전부터 숙제랍시고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 날이 더 많아진 유노, 가만히 보니 교과서에다 연필로 답을 써내려가는 게 아닌가... 
놀라서 한걸음에 달려가 지우개를 들고 얼른 지워 보니 다행히도 꾹꾹 눌러 쓰진 않아, 지우개가 지나간 자리가 깨끗하게 정리가 된다.

우리나라 같으면 한 학기가 끝나갈 즈음에 무상으로 한아름 제공이 되는 교과서를, 독일에서는 학생들에게 마음껏 제공하지 않는다. 지방자치가 잘 분권이 되어 있는 독일이니 전 지역 사정이 다 같지는 않겠지만, 바이에른(Bayern) 주의 경우에는 무상 공급되는 교과서 대신에 '빌려주는 교과서'만 있다.
 
이미 몇 년은 됨직한 교과서 첫장에는 학교의 재산임을 표시하는 직인이 찍혀 있고, 그곳에 책을 빌려간 학생의 이름을 적도록 되어 있다. 더불어 분실이나 훼손시에는 빌려간 학생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명시도 되어 있다. 

다른 과목의 경우, 아이들이 아직 어려 교과서 보다는 주로 프린트물로 수업이 진행되지만, 수학의 경우에는 특히 개인별, 능력별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재를 제공한다. 하나의 교과서로 한 학기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 판단에 다음 교재로 나아가도 될 것 같은 경우에는 바로 책을 반납하고 다른 교과서를 받게 되어 있다. 그러니, 한 학기에도 경우에 따라서는 몇 권의 교과서를 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럼 답을 쓰지도 못 하게 하는 학교
소유의 이 교과서를 가지고 어떻게 공부를 할까?
간단하다. 다른 공책을 활용하는 것이다. 수학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 모눈종이라고 부르는 작은 칸이 있는 공책을 사용한다. 한 칸에 숫자 하나씩을 적게 되는데, 이제 갓 학교에 들어간 신입생용(사진)은 그나마 칸이 좀더 큰 편이다.  

세오의 경우에는 우스울 정도로 작은 칸에다 깨알 만한 숫자를 채워 넣곤 한다. 줄공책 대신에 이런 공책을 쓰는 이유가 나로서도 가끔은 궁금해 지지만, 추측컨대, 숫자나 부호를 바로잡아 주기 위함은 아닐까 생각된다. 

유노가 문제를 베끼고 있는 공책은 반에서 공동으로 구매한 공책이다.
아직 일학년의 경우에는 엄마들도 학교에
서 필요한 물품이 뭔지 자세히 모르니, 선생님에게 돈을 내고 한 학기에 필요한 노트의 구매를 일임한다.
어쨌든 일학년이 쓰는 공책치고는 참 작다는 생각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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