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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제습기 활용법 우리집에 있는 제습기는 구매한지 4년째다. 당시 내가 제습기를 구매한 이유는 결로 때문이었다. 아침마다 창 주변에 생긴 이슬을 닦아내고 또 닦아내도 결국 유리창 주변에 점처럼 생기기 시작한 곰팡이를 막을 수 없어서 제습기를 구매했다. 왠만한 결로는 외측 창을 1센티 정도 열고 내측 창을 밀폐해 두면 해결되지만, 결로가 심한 집은 제습기가 필수다. 결로 심하던 그 집에서 제습기를 유용하게 썼지만, 그 곳을 떠나고 나자 제습기가 도리어 귀찮아졌다. 새로 이사한 집엔 결로 같은 건 없었고, 아무래도 제습기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중고로라도 팔까 하던 차에 다른 용도로 쓸 일이 생겼다. 여름에도 문을 열지 못 하게 하는 미세먼지때문이었다. 문도 못 여는데 빨래는 말려야 겠고, 그때 제습기는 나름.. 2018. 5. 19.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브레히트 시골길에서 오래된 나무 한 그루를 만났다. 도시에서 같으면 그렇게 마구 제멋대로 자라도록 내버려 두진 않았을 텐데, 나무는 가지를 뻗다가 뻗다가 아래로 아래로 굽어 땅을 향해 기고 있었다. 애처로운 마음에, 할 수만 있다면 막대기 몇 개 가져가서 그 고개를 위로 쳐들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나무가 서 있는 곳은 도로변, 그 나무가 자리한 집은 한눈에 봐도 폐가가 분명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자고로 표가 난다고 했다. 슬레트 지붕 개조가 시작된지가 이미 오랜데, 그 집 처마는 끝부분이 바람에 뜯겨 날리고 빗물에 쓸려 먼지가 될 때까지 모든 걸 순리에 맡기겠다는 듯한 모습으로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그 집의 벽에는 금이 가 있고 흙빛과 녹물만 황량하게 눌러앉아 있었다... 2018. 5. 18.
경제를 알아야 잘 산다 블로그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나는 기본적으로 변화 있는 삶을 좋아한다. 모르는 곳에 가서 새로 시작하기, 모르던 일에 대해 배우기, 모르는 분야의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등 낯선 환경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즐기는 편이다. 그러나 낯선 환경을 찾는 데는 어느 정도의 지식과 결단력이 항상 요구되곤 한다. 삶의 터전도 여러 번 바뀌었다. 그때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된 경우도 많다. 그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재테크와 연관된다. 몇 년 전 개인적인 일로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돈 이라는 것에 대해 새로 배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내게 돈을 관리하고 불려나가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돈 또는 경제에 대한 개념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나의 .. 2018. 5. 17.
치과 과잉진료 걱정 십년 전 쯤 금으로 떼워둔 이 하나가 몇 달 전부터 가장자리 부분에 까칠까칠한 감이 있더니만,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떨어져 나갔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치과에 가는 일인데 또 시작이다. 사정상 다른 곳에서 진료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간단히 붙이기만 하려고 어느 치과를 방문했다. 치과 문을 열면 주변의 냄새부터 그곳이 치과임을 알려준다. 편안한 기분이 드는 곳은 역시 아니다. 들어서는 내게, 카운터 직원이 뭔가를 쓰라고 한다. 이름이며 주민번호, 주소, 심지어 치아보험 가입 유무도 묻고 있다. 왠지 그 부분이 기분 나빠서 치아보험이 있지만 없음에 체크를 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주민번호 뒷자리까지 요구한다. 진료를 받으러 온 이상 써야 한다면 써야지.. 진료실 쪽에서 기계음과 함께.. 2018. 5. 16.
펜팔의 기억, 천안 천안역을 일부러 찾은 것은 아니었다. 천안아산역(KTX역)에 갈 일이 있었는데 차를 가져갈 형편이 안 돼서 전철 1호선을 타게 되었다. 천안아산역을 가려면 신창행을 타야 했지만 천안역까지 가는 열차가 먼저 오길래 갈아탈 요량으로 나도 모르게 올라탔다. 어쩌면 그 순간 내 맘 속에서는 그곳에 꼭 들러야 할 것만 같은 낯선 망설임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 천안역 - 천안은 나의 펜팔이 살았던 곳이다. 중학교 2학년, 한창 팝송을 듣던 때였다. 팝송책 뒤에 붙어있던 펜팔 신청 엽서를 호기심 반으로 작성해 보냈는데,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질 때쯤 전국 방방곡곡에서 편지가 밀려들었다. 중학생이었으니 그저 미지의 세계에서 온 편지들이 신기하고 너무도 재미있기만 했다. 보내진 않고 받기만 하던 편지들 속에 어쩐지 답.. 2018.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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