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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3 평생을 달링턴홀에서만 살던 스티븐스에게 그의 새 주인 패러데이가 여행을 제안한다. 자신의 포드를 내주고 기름값을 지원하겠다는 말과 함께. 새 집을 인수한 후 직원에 대한 배려 차원의 선심이었을 테지만 달링턴홀의 집사로만 살아온 스티븐스가 노년에 접어든 시점에 그 제안을 쉽게 받아들인 이유는 켄턴양이 보낸 편지 때문이었다. 스티븐스에게는 여전히 '켄턴양'으로 기억되지만, 그녀가 달링턴홀을 떠나 결혼해 '벤 부인'이 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남은 인생이 텅 빈 허공처럼 제 앞에 펼쳐집니다." 이렇게 시작된 그녀 편지를 읽으며 그는 어쩌면 캔턴양의 결혼생활이 잘못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3층 침실 아래로 보이던 잔디밭과 멀리 언덕진 초원의 풍경을 좋아했습니다." 달링턴홀에 대한 그리.. 2018. 5. 14.
남아 있는 나날 -2 이 작품 '남아 있는 나날'을 읽다 보면, '남아있는 나날'에 대한 희망보다 살아온 나날에 대한 회한이 더 강렬해진다. 달링턴홀에서 평생을 집사로 일했던 스티븐스는,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며 최고의 집사로 살고자 평생 주인만을 바라보며 산다. 원칙적이면서도 반듯한 그의 삶의 태도는 자신에게 있어 '위대한 집사'로서 당연하고도 필연적인 덕목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그가 지나온 날들을 더듬었을 때 일면 아쉬움으로 남는다. 세상 사람들이 주인이었던 달링턴경을 보고 나치 조력자라는 이유로 아무리 욕을 해도 스티븐스 만큼은 주인의 순수함을 의심치 않았다. (사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책 맨 끝 번역자의 해설처럼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논할 정도의 거창한 주제가 아닐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스티븐스에.. 2018. 5. 13.
남아 있는 나날- 1 서점에서 이 책을 접한 것은 한참 전이다. 서점 가판대 앞을 지나다가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이름을 접하고, 그가 2017 노벨문학상 수상자임을 떠올리며 집어든 것인데, 집에 놓고 읽다 말다, 한참을 방치하다 결국 다시 처음부터 읽게 되었다.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는 1954년 일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되던 해에 부친을 따라 영국에 이주해 철학과 문예 창작을 공부했다. 그 이후에도 영국에 살면서 일본색을 가진 영국의 작가로 살고 있다. 이 책 '남아있는 나날'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들 중에 어떤 걸 읽어볼까 하다가 별다른 이유 없이 집어든 책이다. 제목이 어쩐지 친근한 느낌이 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영화로도 나와 있다. 타임즈가 선정한 '1945년 이후 영국의 위대한 작가 50인'.. 2018. 5. 12.
신기한 네이버 첫화면 기능 네이버 첫 화면이 보랏빛 배경으로 바뀌어 있는 걸 보고 '이건 또 뭐지?' 했는데, 나의 생일을 위한 특별한 창임을 알게 되었다. " ○○○(내 이름)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이런 기능이 있는 건 처음 알았다. 사실 나는 음력 설을 쇠는 사람이지만 양력일 망정 나만을 위한 첫 화면은 순간 정말 서프라이즈가 아닐 수 없었다. 혹시나 해서 폰으로 들어가니 폰에도 마찬가지로 생일축하 배너가 있다. 빅데이터 세상에서 다채롭게 발전해가는 많은 것들이 참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2018. 5. 4.
같은 곳 다른 느낌 집 근처 교차로에 근접하면 대부분 이쯤에서 신호가 잡히곤 한다. 때로는 살짝 앞에서 잡히기도 하고 또 때로는 뒤쪽에서 잡히기도 하고 차량 한 두 대 차이는 있지만, 늘 비슷한 지점에서 초록빛 신호를 기다린다. 석 달 전 이곳에서 해넘이 노을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넘어가는 해를 카메라에 겨우 붙들고서야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신호를 기다리는 그 몇 분의 시간이 오히려 고맙기까지 했었으니까. 오늘 나는 또 같은 곳에서 모처럼 미세먼지 없이 깨끗해진 하늘을 담고 싶었다. 차로 30분 거리를 달려왔을 뿐인데 전에 있던 거리와 이곳의 거리가 다르다. 오늘 서울엔 우박이 내린 곳도 있었다고 하는데, 여긴 우박은 아니고 비가 내린 듯 하다. 차를 타기 전 내가 있던 곳은 그나마도 말짱하니 맑은 하늘빛으로만 가득.. 2018.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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