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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5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독일 영화감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Rainer Werner Fassbinder)가 만든 영화에서 유래한 말이다. 원래 이 말은 아랍의 속담인데, 영화 속에서는 아랍인 남자 주인공이 독일인 여자 주인공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이 말을 건넨다. 이 영화의 원 제목은 'Angst essen Seele auf'이다. 이 문장은 문법상 바르지 않다. 올바른 표현으로 고치자면, 'Angst isst Seele auf' 가 맞다. 그러나 이 영화 속 주인공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그가 쓰는 표현 그대로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다. 독일어 동사 essen(먹다)의 3인칭 단수형은 'isst' 지만 영화 속 주인공은 원형인 'essen'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영어의 경우 기껏해야 3인칭 단.. 2018. 6. 16.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올해 들어 두 번째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었다. 지난 달 금리를 동결하면서 암묵적 명시로 결의를 보인 바 있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긴 하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1.75~2.00퍼센트로, 지난달에 비해 0.25 퍼센트 포인트 인상되었다. 퍼센트 포인트는 금리 간 격차를 지칭하는 단위다. 미국의 금리를 결정하는 곳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이다. 중앙은행제도이긴 하나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과 개념이 약간 다른 집단이다. 우리나라의 한국은행처럼 국가가 운영하는 일반적인 중앙은행이 아니라 민간소유이고, 그나마도 권력 분산을 위해 여러 기관으로 나뉘어 있다. 이를 통칭해 Federal Reserve System, 줄여서 Fed로 표기한다. 미리 예견되었던 일임에도 파장은 작지 않다. 한국은행 총재는 일단.. 2018. 6. 15.
장영희의 <괜찮아>, 그리고 숨바꼭질 개발이 진행 중인 어느 신도시 인근 동네에서 길을 멈춰선 적이 있다. 내 유년에 살던 동네와 분위기가 너무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동네 구석구석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한편에선 숨바꼭질을 하던 모습이 나도 모르게 오버랩 되었다. 지금이야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해서 과거의 흔적을 찾기 힘든 곳이 되었지만, 이 골목처럼 내가 살던 곳도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기억 한 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린 시절 살던 동네를 찾았다가 기억 속 그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선 감정을 느꼈다. 내 기억에는 이 사진 속 골목 정도의 길인 것 같았는데, 수십 년만에 찾은 그 옛 길은 생각보다 매우 좁고 경사도 가팔랐다. 평소 길에 연관된 기억들이 좋은 편이라서 예전 그 골목의 모습도 잘 간직하고 있.. 2018. 6. 14.
비냉 물냉 고민 없이 비빔물냉면 채식주의자들이 갈비탕집에 들르게 되면 으레 먹게 되는 건 냉면이다. 그래서 다들 갈비탕을 외칠 때도 홀로 비빔냉면을 먹을지 물냉면을 먹을지 잠시 고민하게 된다. 특히나 무더운 날에는 갑자기 얼음 동동 뜬 물냉면이 당기다가, 금세 또 식초 솔솔 뿌린 화끈한 매운 맛이 더 낫다 싶기도 해서 결정하기가 어려워진다. 며칠 전 경북 포항에 갔다가, 요기를 하러 어느 갈비탕집에 가게 되었다. 늦은 점심이라 시장기가 돌아서 미리부터 비냉 물냉 고민하며 들어갔는데, 식당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니 메뉴가 이제까지 보던 것과 좀 달랐다. 갈비찜 갈비탕에다 냉면도 있긴 있는데, 내가 생각하던 그 두 가지 냉면이 아니었다. 이름하여 '비빔물냉면'. 영남 쪽에만 있는 음식인 것 같다. 비냉을 고를지 물냉을 고를지 고민할 필요 .. 2018. 6. 12.
석류꽃, 주홍을 함께 먹다 한옥으로 지어진 단골식당에 갔다. 메뉴를 주문하고 한옥이 주는 편안함에 한껏 빠져있을 즈음, 음식이 나왔다. 그런데, 음식이 담긴 접시에, 음식보다도 튀는 붉은빛 꽃가지가 있었으니, 보는 순간 내 마음이 반색을 했다. "이게 무슨 꽃이에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에, 치자꽃이, 너무나 예쁘게 피었기에, 꺾어서, 음식상에 놓아봤어요." 말 한 마디, 한 마디 가지런히 떨어지는 그 분 음성이 이 꽃의 붉은 기운과 어우러져 어쩐지 더 값지게 보인다. "이게 치자꽃인가요?" 묻는 내게, 그분은 그렇다고 하시고 음식을 놓고 나갔다. 꽃은 열매와 색이 닮기 마련인데, 노란 치자와 붉은 꽃이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 싶어서 즉시 검색을 시작했다. 역시나 치자꽃은 이 꽃과 완전히 다른 모양이었다. 그러나 치자꽃.. 2018.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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