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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5

속리산휴게소 지난겨울 영남지방에 다녀오던 길에 우연히 속리산휴게소에 들르게 되었다. 장시간 차에서 시달린 탓에 커피라도 한 잔 하고 가려고 중간에 들른 곳이 이 휴게소였다. 그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바라본 산줄기는 정말 장관이었다. 속리산이라면 중학교때 수학여행으로 법주사에 들렀다가 인근에서 하룻밤 묵으며 잠시 보던 곳인데, 시간이 많이 지나, 이 각도에서나마 산을 다시 바라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앞쪽의 완만한 산 뒤, 바위로 된 험준한 산이 속리산이다. 푸르스름한 겨울의 한기가 산에 어리고, 앙상한 나무들이 파르르 떨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산에서 느껴지던 위엄이 지나는 사람을 숙연하게 만들던 날이었다. 옷깃을 여미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추운 날씨에도, 시선만은 저 산자락에 붙들려 떠나지 못.. 2018. 6. 10.
겉만 번드레한 도시재생 노령사회 문제를 다룬 어느 프로그램에 나온 장면을 캡쳐해 보았다. 화면 왼쪽으로 "노인 빈곤의 현주소"라는 주제가 큰따옴표까지 써서 강조되어 있지만, 정작 이 화면을 보면 노인 빈곤의 현주소는 밝고 희망적으로까지 보인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사랑이 넘치는 벽화들 속에서, 이 곳에 빈곤에 허덕이는 노인이 있을 거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벽화 사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낙후된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또 화면 속 집들처럼 재생사업을 통해 지붕도 새로 개량된다. 낡고 무너져가는 지붕을 뜯어내고 산뜻한 지붕을 얹는다. 그 결과 귀신이라도 출몰할 것 같던 동네의 분위기도 바꾸고, 어떤 곳은 일부러 사람들이 찾는 공간으로 변신해 고요한 동네에 활기마저 감돈다. 그러나 정작 이런 곳에 빈곤이 존재한.. 2018. 6. 9.
뷔르츠부르크, 뢴트겐의 도시 신문 기사 한 편에 뢴트겐의 이야기가 실렸다. 방사선의 존재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던 19세기 말, 뷔르츠부르크 대학의 교수로 있던 빌헬름 뢴트겐(Wilhelm Konrad Röntgen : 1845~1923)에 의해 X선이 발견되었다. 암실에서 실험을 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그 후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선은 그에 의해 'X선'으로 명명되었다. 뢴트겐에 의해 발견되었기 때문에 '뢴트겐선'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가 교수로 있었던 뷔르츠부르크는 내가 젊은 날 두 번째로 택했던 독일 도시이기도 하다. 뷔르츠부르크 중앙역을 나오면 정면에 보이는 큰 길이 '뢴트겐로(Röntgenring)' 다. 도로 이름에서 뢴트겐을 사랑하는 뷔르츠부르크 사람들의 마음을 읽게 된다. 그 옆쪽으로 뢴트겐 기념관.. 2018. 6. 8.
장사 아무나 못 한다 가족들과 가끔 찾곤 하는 단골 파스타 집이 있다. 내가 맛 본 그 어떤 파스타 전문점 보다 맛이 탁월한 데다, 녹음에 둘러싸인 공간이라 갈 때마다 마음이 호젓하니 참 좋았다. 집에서 거리는 좀 떨어져 있지만, 그 곳에 가면 한 번도 실망을 한 적이 없다. 늘 충만한 여유와 입 안을 부드럽게 감싸는 파스타의 진한 맛으로, 면 종류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내게 최고의 장소 중 하나였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그곳을 찾았다. 점심이 늦어진 탓에 많이 출출해서 기대심리 100퍼센트로 주차장에 차를 대는데, 이상하게도 차가 별로 안 보였다. 점심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런가 하면서도, 관리가 안 되어 있는 정원이 낯설다. 예전에는 싱싱한 꽃들로 가득하던 곳이었는데, 꽃들이 시들시들하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주인이.. 2018. 6. 7.
덤벼라, 빈곤 은 2010년에 발간된 유아사 마코토의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빈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이야기 한다. 빈곤은 단순히 개인의 게으름에서 빚어진 결과가 아니라,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빈곤으로부터 헤어나올 수 없게 되어 있는 사회적 구조에도 그 책임이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의자 뺏기 게임'에 비유한다. 사람은 열 명인데 의자는 여덟 개인 경우, 두 명은 아무리 기를 써도 의자에 앉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사회 구조가 빈곤을 야기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여기서의 빈곤은 가난과 개념이 조금 다르다. 빈곤은 가난보다 좀 더 포괄적이다. 아무리 좋은 동네에 똑같은 아파트, 똑같은 평수에 산다고 한들 모두의 삶이 한결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상대적 빈곤은 이런 상황 속에 존재한다. 멀쩡하게.. 2018.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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