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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역 앞에 불쑥 나타난 분수대를 보며..

by 비르케 2009.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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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시에 도착해 가장 처음 그 도시를 말해주는 곳은 바로 역 앞이나 버스 터미널 일 것입니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달리 전국이 버스보다는 기차로 연결이 되어 있는 나라라서 기차역 앞은 수많은 이방인에게 낯선 도시의 숨결을 느끼게 해 주고,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이제 갓 기차에서 내려 이리저리 둘러보며 커다란 트렁크를 끌며 지나가는 그들의 모습에 활력을 느끼게도 해 주는 공간입니다.
뷔르츠부르크 중앙역의 모습입니다. 작은 역이지요? 앞쪽의 선로는 전철을 위한 것입니다. 6월에 선거가 있어서 후보들의 사진이 붙은 현판이 세워져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 곳 중앙역 맞은편 잔디 위에서 작년 겨울쯤부터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흙을 파내는 공사를 하고 있다는 안내문이 있기에 그저 지하 공사를 하고 흙을 바로 덮는 것인 줄 알았더니, 얼마 전 지상으로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며칠 전의 모습입니다.
분수대인 듯 하지요? 오랜 기간 공사를 한 것으로 미뤄 보아, 아마도 지하에서 수많은 작업들이 있었던 듯 한데, 물을 끌어오는 기본적인 공사부터 뭔가 복잡한 시스템 마련이 있었겠지요. 이 분수대가 완성이 되고 나면, 이 도시에 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도시의 첫인상을 말해주는 훌륭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사실
현재도 역 앞에 조형물이 없는 건 아닙니다. 왼쪽 사진에 있는
이 조형물도 제가 십여년 전에 이 도시에 있을 때는 없던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혹시 가지고 계실 지도 모를 독일 관광 가이드북이 최근 것이 아니라면 이 도시를 소개하는 여러 그림들 중에 이 조형물은 포함되어 있지 않을 것입니다. 

처음 이 조형물을 보던 당시 어딘지 맘에 들지 않더군요. 종이 인형을 연상케 한달까, 축제일을 기념하여 임시로 세워놓은 것인 줄 알았을 만큼, 그저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이걸로는 뭔가 부족해 보였던지, 아니면 원래 계획에 있던 일인지, 다시 그 뒤쪽에다 분수대를 건립하고 있는 것인데, 이 또한 역사적인 순간이라 여겨져, 공사중 사진을 몇 장 찍어 보았답니다. 이런 사진은 분수대가 다 만들어지고 나서는 결코 찍을 수 없는 사진일 테니까요. 분수대가 완성이 되면 그 모습도 나중에 올려보겠습니다. 

그 뒤로 다시 며칠이 지나 역 앞에 나가보니, 분수대 위에는 그새 조각상이 하나 세워져 있군요. 자세히는 볼 수 없었지만, 어째 앞에 있는 조형물의 인물과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동일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동일인이라면 앞쪽의 조형물은 철거 예정이라는 말이 될 수도 있겠네요. 아무리 봐도 제게는 철거쪽으로만 보입니다. 저리 공을 들인 분수대가 앞에 있는 저 조형물에 의해 가리워지게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두 사진은 각각 5월 11일과 5월20일에 찍은 분수대의 모습입니다.

전철이 들어옵니다. 그 옆으로는 공사때문에 사람이 얼씬하지 않는 덕분에 비둘기들이 대신 얼른 자리를 잡았군요. 원래 이 곳은 융단같은 초록의 풀밭만 펼쳐진 곳이 아니라, 그 위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이 있는, 또 여행자들에게는 잠깐의 쉼터이기도 했던 곳이었습니다. 분수대 공사가 끝나기까지 역 앞의 그런 공간은 사라지는 셈이네요.  
참 정겨운 모습이었는데, 분수대가 들어서고 나서는 또 어떤 모습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그 전의 모습을 모르는 사람들은 앞으로 이 도시에 와서도 저 분수의 모습만 담은 채로, 그 모습을 뷔르츠부르크의 첫 인상으로 기억하게 되겠지요.   

역을 등지고 맞은 편 정경을 카메라에 담으려 했더니, 시내 중심가 입구의 모습마저도 분수대가 떡 하니 가리고 있습니다. 역 앞에 서서 먼 구도로 잡은 시내 입구 사진도 함께 사라지는 군요. 
독일 사람들은 역사속에 없던 물건들을 이렇게 새로 만드는 일을 쉽게 하지 않는 편인데, 이 분수대 건립은 개인적으로 맘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짜내어 만든 시설인 만큼, 다 만들어진 다음의 모습을 한번 기대해 봐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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