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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올라... 교통망이 대부분 잘 짜여져 있는 유럽, 그 중에서도 독일은 체계적이면서도 편리한 대중교통 체계로 단연 손꼽을 수 있는 나라이다. 차 없으면 이동이 힘들다는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들의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그 누구든 독일에 오면 대중교통의 편리함에 아마도 처음엔 넋을 잃을 것이다. 마을 구석구석까지, 거미줄처럼 엉킨 철도망과, 버스와 전철.. 그로 인해 어디든 편리하게 갈 수 있으며, 대중교통이라 해도 대부분 깔끔하고, 아무리 북적거리는 시간대라 하더라도 콩나물 시루처럼 빼곡하게 운행되지는 않을 만큼 쾌적하며, 차 시간도 거의 대부분 정확하게 지켜지는 편이다. 그러니 웬만한 도시에서 라면 세계 전역에서 온, 덩치 큰 베낭을 맨 여행객을 만나기 가히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뷔르츠부르크(W.. 2008. 10. 29.
94년의 자작나무.. 지금으로 부터 14년 전, 그러니까 1994년 10월, 나는 난생 처음으로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최종 목적지는 독일... 그렇게 나의 무모한 여행은 시작된다. 당시 모 출판사에서 소설부분 신인상을 받고 나서, 이대로는 경험이 적어서도 아무것도 못 쓸 것만 같은 느낌으로, 내 인생에서의 새로운 획을 한 번 그어 보자는 일념 하나로, 나는 그렇게 독일행을 떠올렸었다. 그러나 계획을 감행하기에 가장 큰 장벽은 바로 '자금'이었다. 비행티켓이라도 끊어야 출발을 할 것이기에.. 독문과를 다니는 내내, 학과 특성상 방학마다 있는 '어학연수 프로그램' 공고문을 보면서도 마음속으로 그저 손가락만 빨아야 했던 나로서는 먹고 살기도 빠듯한 집안 형편에 '독일'이란 그저 요원한 꿈만 같았다. 그러던 중, 당시 방송을 .. 2008. 10. 26.
도시락 이야기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며칠 전부터 어째 몸이 으실으실하니 심상치 않다 했더니만, 드디어 코감기, 목감기에 열까지...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도저히 수업 들으러는 갈 수가 없어 다시 집으로 돌아왔더니, 부엌에 도시락 하나가 덩그마니 놓여 있다. 작은 아이 도시락이다. 이런, 아픈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놓고 가다니.. 놓고 간 도시락을 보니 속이 쓰리다. 아니, 그보단 자주 물을 마셔대는 녀석이 물병까지 두고 갔으니 그게 더 속상하다. 독일 학교엔 급식이 없다. 다른 학교 사정까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점심을 가지고 다니는 걸로 알고 있다. 처음 큰애를 이 곳 학교에 넣었을 때, 도시락 보내라는 담임선생님 말에, '뭘 싸주나?' 고민하게 만들던 그 도시락... 2008. 10. 7.
선거날 오늘은 '주 의회 선거(Landtagswahl)'가 있는 날이다. 일요일이 선거날이다. 게다가 거리에 현판은 등장했지만, 선전이나 플래카드 일색은 전혀 보이지 않는 너무나도 조용한 선거이다. 느즈막하게 다시 공부를 시작한 나로서는 사민당(SPD)의 대학등록금 공약이 최고 관심사다. 독일은 원래 대학 등록금이 없는 나라였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다른 복지 시스템과 더불어 대학 등록금도 사회보장 차원의 지원대상이었다. 10년 전 내가 이곳에 있을 때에도 '등록금' 이야기는 속속 등장했지만, 반대에 부딪혀 그저 '설'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 2007년 여름학기부터 거의 대부분의 주에서 등록금을 받고 있다. 지금 현재 학기당 500유로 정도이니, 우리돈으로 100만원이 못 된다. '대학 등록금 천만원 시대'.. 2008. 9. 28.
포도밭 나들이 며칠 전부터 주말에 숲에 가기로 아이들과 약속을 했었다. 이른 아침부터 작은 녀석이 일어나라고 볼에 뽀뽀를 해댄다. 주말이라 쉬고 싶건만, 약속이라서 일어나 먹거리들을 챙긴다. 서둘러 버스 정류장으로... 애들이 웃으며 말한다. 주말에 이렇게 일찍 나가는 건 처음이라고.. 그랬었나? 하긴, 주말마다 밀린 잠을 자기에 바빴으니.. . . 14번 버스에서 내리니, 주점 하나가 보인다. 주점 이름이 'Linie 14 (14번 노선)'... 사실, 이곳은 10년 전 내가 살던 동네이다. 당연 잘 아는 곳... 친구들과 잔을 기울이던 기억때문에, 또 겨울마다 창문에 눈 모양 장식이 아름답던 장소이였기에, 이 주점을 보자마자 가슴 속에 너무나도 큰 반가움이 밀려들었다. 아, 때로 쓸데없이 좋은 내 이 기억력 때문에.. 2008.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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