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테러가 일상이 된 지 오래, 결국 터질 것이 크게 터져버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나라의 분쟁은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온세계의 이목을 끄는 가자지구는 어디에 위치한 어떤 곳인지,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좋은 청소년 추천서 한 권을 소개한다.
가자에 띄운 편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를 이해하기에 좋은 청소년 추천도서
발레리 제나티(Valérie Zenatti)가 쓴 소설 '가자에 띄운 편지(Une bouteille dans la mer de Gaza)'는 그녀가 경험한 이스라엘 생활을 바탕으로 2005년에 출간되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녀는 13세부터 8년간 이스라엘에서 살다가 프랑스로 돌아가, 주로 청소년들을 위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이 소설 또한 열일곱살 이스라엘 소녀 탈이, 팔레스타인에 사는 스무 살 남자 나임과 6개월간 주고받은 메일 형식으로 쓰여졌다. 두 사람의 메일을 통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을 상대편의 입장에서 현실감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사는 소녀 탈 레빈의 집 근처에서 테러가 일어나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보금자리라 여기던 집과 너무도 가까운 곳에서 이런 일이 생기자 탈의 가족들은 매우 당황했고, 탈의 일상에도 공포가 드리워진다. 집에는 가자지구에서 복무 중인 오빠도 와 있었는데, 테러가 빈번한 곳에서 일하는 만큼 오빠만 덤덤하다.
과거, 탈이 일곱살이던 1993년 9월, 텔레비전에서는 특별한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이자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미국 대통령이 누군가를 기쁘게 맞이하는 모습이 나오고, 곧이어 팔레스타인 대표 야세르 아라파트가 등장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대표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고 관중들을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종지부를 찍고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 여겼던 오슬로 협정의 순간이었다. 그날 탈의 부모님은 TV를 지켜보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어른들이 아이처럼 울던 모습이 탈의 기억에 각인된 날이었다.
소설에는 나오지 않지만, 오슬로 협정으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수반은 다음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러나 1995년 라임 총리가 암살당하게 되면서 두 나라간 갈등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 상황이 우스운 게, 적이 암살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범인을 잡고 보니 같은 유대인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한 균열에다가,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아라파트 PLO 수반의 정치적 힘이 약해지면서 두 나라의 관계는 다시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의 주요기지이면서도 그 어떤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땅이다. 이 땅에서 이스라엘인들을 몰아내기 위해 하마스가 비인간적인 짓도 서슴지 않았던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이 책에서 탈의 오빠는 가자지구에서 복무하며 한 달에 한 번 집을 오간다. 이스라엘 사람들도 살고 있는 곳이며, 수시로 마찰을 빚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무장조직이지만, 팔레스타인내에서 합법적으로 정권을 잡은 단체다. 그들은 1987년에 창설되었는데,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맺은 오슬로 협정에 반대해 무장저항운동으로 맞서가며 자신들의 입지를 굳혔고, 2006년 총선에서는 집권당의 자리에 올랐다. 서방세력의 재제에 한때는 무력해지기도 했으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단체다.
탈은 팔레스타인에 사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싶어 편지를 쓴 다음, 병에 놓어, 귀대하는 오빠에게 강물에 띄워달라 부탁을 한다. 그렇게 가자지구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 나임과의 교류가 시작된다. 탈이 알려준 메일을 통해 두 사람은 계속 소식을 주고받게 되고, 그러는 동안 서로에게 걸려 있던 마음의 빗장이 무장해제된다.
어릴 때부터 팔레스타인을, 또 이스라엘을 서로 미워하는 감정만 가진채 자라온 두 사람은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두 나라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개인이 개인을 이해하게 되는 이런 과정들이 각국의 이해관계나 감정에 결부된다면 아마도 지금처럼 싸우는 일도 없을 거라 생각된다.
시간이 흘러 나임은 NGO단체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기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또 땅에 집착하고 반목을 일삼기보다, 더 넓은 눈으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점도 느끼게 된다. 나임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1993년 오슬로협정 생중계를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탈의 가족은 축하의 샴페인을 터트렸다. 시간이 많이 흘러, 탈이 편지를 넣어 물에 띄운 병이 바로 그 병이다. 감격스러운 기억을 잊지 않으려 보관하고 있던 물건이었다. 병에 편지를 띄워보내는 것도, 오드리 헵번 영화도 조금 촌스럽지만, 3년 뒤 그들이 만나는 시점에는 최소한 두 사람만이라도 두 나라 간의 복잡 미묘한 갈등에서 벗어나 있었을 것만 같다.
이 책 출간연도가 2005년인데, 그때의 분위기도 이 책 속에서 보듯 테러의 연속이다. 2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는 무차별 학살이 벌어지는 상황이니, '화약고'라는 별명이 붙은 이 지역에 평화가 올 날은 언제일지... 어릴 적 교회에 나갈 때면 무수히 듣던, 출애굽.. 그 시절부터 이어져온 한 많은 역사가 잠잠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무리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다시 넘기며, 어서 평화의 날이 찾아왔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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