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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마음을 담아

기차가 지나는 길목

by 비르케 2024. 12. 22.
300x250

기차가 지나는 길목

 
얼어붙은 창 
습기로 번득이는 풍경에 
휴지 한 장 꺼내 유리를 문질러본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도록  
휴지를 밀며 써 보는 글씨 
 
썼다가 덮고 
다시 썼다가 덮는 이름 
 
세월보다 느린 기차를 타고 
세월을 거슬러 가다 보면 
다다르게 되는 하나의 점 
 
기차는 네가 있던 거리를 지난다 
가는 길마다 되짚게 되는 그날의 기억들 
 
어느 여름날 너의 팔을 스칠 때의 
낯선 두 떨림 
 
기차는 또 지나고  
그때의 길은 지금의 길이 되어 
 
어디가 어딘지 
여기가 거긴지 
장님처럼 길을 더듬는데 
 
플랫폼 지날 때 그때가 끝인걸  
우린 왜 알지 못했을까 
 
오늘도 기차는 그 길을 지나고

나는 본다 
 길 어디엔가 그때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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