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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빛나는 강, 타일러 샌더스 사건에 비춰

by 비르케 2023.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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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필라델피아 켄징턴을 배경으로 한 '길고 빛나는 강'은 실재하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약물중독 문제를 다룬 범죄소설이다. 최근 10대 배우 타일러 샌더스의 죽음을 그의 부모가 새삼 수면 위에 띄운 것도 약물중독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길고 빛나는 강, 타일러 샌더스 사건에 비춰

미국의 인기 드라마 '워킹데드'에 출연했던 18세 배우 타일러 샌더스의 죽음에 관한 기사가 최근 나왔다. 10대의 유망한 배우는 벌써 반년 전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제서야 그의 부모가 아들의 죽음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미국 내 만연한 약물 문제를 돌아보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타일러 샌더스의 기사를 보며, 지금 한창 읽고 있는 이 책, '길고 빛나는 강(리즈 무어)'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약물중독으로 인한 한 도시의 몰락은 비단 책 속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이 책은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천한 책이기도 하다. 번역본이긴 해도 탄탄한 구성과 탁월한 문장력은 결코 감춰지지 않는다. 그러나 비단 그것만으로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이 책을 추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책의 내용은 이렇다. 어린시절 부모 없이 할머니에게서 자란 자매가 있다. 불과 일 년 정도의 나이 차이라 어릴 적부터 모든 걸 함께 했다. 늘 붙어 다녔고 오래도록 한 침대에서 잠을 잤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동생 케이시는 약에 탐닉한다. 질이 좋지 않은 친구들과 붙어 다니고 약을 하다가 죽다 살아나기도 한다.

 

자매 중 언니인 미키 피츠패트릭이 이 소설의 1인칭 화자다. 그녀는 경찰이다. 그리고 약물중독으로 신음하며 방황하다 사라진 동생을 찾아나선다. 그러나 그녀 앞에는 장애물이 많다. 이 도시 켄징턴 전체가 다 적일 수도 있다. 그 만큼 약에 절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죽은 부모도 친척들도 대부분 경험이 있다.

 

약물에 취한 켄징턴 사람들

그녀가 순찰을 맡고 있는 도시, 켄징턴은 등허리가 꺾인 듯 좀비처럼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이 선 채로 잠이 드는 곳이다. 뺨이 붉고 눈빛이 흐리고 말이 어눌하고 거동도 둔한..  그 속에 동생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때마침 길에서 약에 절은 채 몸을 팔던 여성들이 누군가에게 죽음을 당하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미키는 그 속에 동생이 있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사건을 쫓는다.

 

오래전 동생 케이시가 9학년 무렵이었다. 케이시는 알약이 든 지퍼백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약은 정상 제조된 약이었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 얻은 것도 아니었고, 건설노동자인 친구의 아버지가 뼈마디가 쑤실 때 먹는다던, '옥시콘틴'이라는 이름의 약이었다. 그렇게 아무나 원하면 처방받을 수 있는 약을 어린 소녀들이 접하게 되었고, 그렇게 중독이 시작된다. 

 

타일러 샌더스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펜타닐도 생각보다 우리 곁에 깊숙이 들어와 있을 수 있다. 아니 깊숙히 들어와 있다는 게 기정 사실이다. 제약회사든 판매업자든 약을 팔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 그 약이 필요한 사람이 아닌데도 자의에 의해서건 우연에 의해서건 쉽게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사회문제의 관점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거라 생각된다. 그것이 타일러 샌더스의 부모님이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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