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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 미치 앨봄

by 비르케 2022.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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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님의 타계 소식이 들려왔다. 문학인이자 언론인, 학자, 전 문화부 장관 등 많은 이들의 정신적인 근간이 되어주던 분의 부음이 이 주말을 더 무겁게 한다. 고인의 책은 아니지만, 어쩐지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보고 싶어져 책장 앞에 섰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미국의 칼럼니스트 미치 앨봄이 자신의 대학 스승인 모리 슈워츠 교수에게서 듣게 된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을 엮어 펴낸 책이다. 미치 앨봄은 오래전 모리 교수의 수업을 듣던 그날처럼, 매주 화요일마다 스승을 만나 삶과 죽음에 관한 수업을 듣게 된다.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자면, 나는 이 책을 10년 전쯤에 처음 읽었다. 너무도 큰 감동을 받았는데, 세월이 지나 집에 있던 책들을 정리하면서 실수로 이 책도 한꺼번에 중고책 매장에 갖다줘 버렸다. 상자로 여러 개를 한꺼번에 옮겼기 때문에 이 책을 팔아버렸다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게 됐다. 

 

새 책을 또 사기도 그렇고 해서 온라인 중고책 매장에서 다시 한 권을 구매했다. 그런데 받은 책은 상태가 정말 말이 아니었다. 내 책들은 오래 돼도 거의가 새책과 다름없는데, 모든 사람이 책을 깨끗하게 보는 것은 아니라는 걸 잠시 잊었었다.

 

그 이후에 결국 새 책을 다시 구매하게 됐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었기 때문에 깨끗한 책이 필요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세월이 갈수록, 나이가 더 들수록 한 번씩 되새겨봐도 좋을 책이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책 표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내용

 

칼럼니스트로 성공가도에 오른 미치 앨봄은 어느 날 대학 스승인 모리 슈워츠 교수가 죽음의 문턱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16년 만에 그를 찾는다. 루게릭 병으로 기력이 쇠해가는 상황 속에서도 모리 교수는 옛 제자를 또렷이 기억하며 그를 환대한다.

 

미치는 모리 교수가 병환으로 인해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그의 병원비를 갚을 겸 모리 교수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죽어가는 한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1. 세상   /   2. 자기 연민  /   3. 후회

4. 죽음   /  5. 가족   /   6. 감정

7. 나이 드는 두려움 /  8. 돈 / 9. 사랑의 지속

10. 결혼  /  11. 문화   /   12. 용서 

13. 완벽한 하루   /   14. 작별 인사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 책 뒷면

 

삶과 죽음 간의 이야기

미치는 모리 교수와 대학에 다니던 시절부터 화요일에 주로 만났다. 그의 수업이 화요일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모리 교수는 자신이 병마와 함께 싸워가는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죽어가는 것 또한 삶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모리 교수는 말한다. 보람되게 살고 싶다면 '생의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에 헌신하라고. 세상에는 부와 명예를 위해 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 일 자체가 의미나 목적이 되기보다 단순히 돈이나 명성, 권력이 우선인 사람들은 말로가 좋을 수 없다.

 

미치 앨봄이 이 책을 쓴 의도 또한 마찬가지일거라 생각된다. 만일 스승에게서 듣고 싶은 마지막 수업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돈이나 명성이 목적이었다면 이 책이 이렇게나 유명해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책을 오랜만에 다시 넘기다 보니 다음과 같은 부분도 눈에 들어온다. 모리 교수가 한 친구를 오래 미워하게 됐던 사건이다. 친구의 행동이 너무나 실망스럽고 노여운 나머지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그를 모른 채 했는데, 어느 날 불현듯 친구의 부음이 들려온다. 왜 자신이 그렇게나 그 친구를 미워했는지, 왜 용서해주지 못했었는지 뒤늦게야 그는 후회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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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뒤 추천사중에는 방송인 조혜련의 글도 있다. 

"사실 우린 엄청난 욕심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죽음 앞에선 너무나 작아진다."

 

언젠가 그녀가 TV에서 아버지의 죽음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며 울먹이던 기억이 스쳐간다. 그녀 아버지의 유언은 "미안하다"였다고 했다. 모리 교수가 친구에게 그랬듯, 조혜련도 아버지를 미워했던 마음을 그제야 내려놓을 수 있었다. 화해하고 안아주었어야 했다는, 가버린 사람에 대한 아쉬움은 그렇게 세월이 지나 사람을 울게 만들기도 한다. 

 

이어령 님의 타계 소식에 다시 펼쳐본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오늘 같은 날 이 책을 보는 이유는, 그런 거목들이 우리에게 주는 삶의 교훈과 지혜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마음에서다. 생을 바라볼 때 좀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살아가려면 과연 얼마나 더 많은 반성과 연습이 필요할까. 멀리를 볼 줄 아는 혜안은 그분들도 죽음 앞에서야 가능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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