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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글..

영시를 통해 풀어가는 미스터리, 영매탐정 조즈카

by 비르케 2022.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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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매탐정 조즈카는 일본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스터리 소설 중 하나다. 네 개의 이야기가 존재하고, 이 이야기들은 소설 후반부에 극적 반전을 향해 맞춰져 있다. 중간중간 인터루드가 존재해, 극에서의 강렬한 인서트처럼 각각의 연결된 스토리들의 막간을 충실히 채워준다. 

영시를 통해 풀어가는 이야기, 소설 영매탐정 조즈카

사람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고, 어릴 때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하던 사람이라, 나이가 '제법(?)'도 아니고, '꽤'도 아닌, '상당히' 먹은 지금에도 추리나 미스터리 소설은 내게 가슴 두근거림을 느끼게 해 준다. 

 

제20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SR회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2019 애플북스 베스트북 선정 등 5관왕을 달성하며 일본 내에서 파급력 있던 책이라 꼭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더군다나 최근에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책을 인터넷으로 구매했었는데, 책을 받았던 날의 소감을 아직도 기억한다. 표지에 있는 일러스트가 진짜 뭐라 해야 하나.. 책 내용에 "도자기처럼 흰 피부와 비췻빛의 눈동자를 가진 20대 초반"의 처자가 주인공이라 하니 내용에 충실하게 그리려고 애쓴 것은 인정하겠지만, 왠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소설 영매탐정 조즈카

 

이 책의 작가 아이자와 사코는 1983년생으로, 이십 대에 등단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서인지 이 소설에 쓰인 문장이랄지 인물들의 행동에서 청춘소설 또는 라이트노벨의 느낌이 많이 묻어난다. 나의 취향과는 거리도 멀고, 특히 '어느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었던 군인 말투'는 정말... 당연히 이 부분은 원작자가 아닌 번역자의 몫이다.  

 

영매 탐정 조즈카에는 영매 '조즈카 히스이'라는 젊은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숙명처럼 자신에게 부여된 영시 능력을 통해 다른 사람의 신변에 일어날 불행들을 예감한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의 앞날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감지한다. 이로써 중간중간에 삽입된 인터루드가 그녀와 연관 지어질 수 있음을 독자도 느낄 수 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관해서는 볼 수 있으되 다가올 불행에 대해서는 무력해 할 수밖에 없는 그녀에게, 추리소설가 고게쓰 시로가 다가온다. 고게쓰 시로는 조즈카 히스이와 함께 이 소설의 중심인물임과 동시에, 조즈카라는 인물이 더 입체적으로 그려지게 만드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작가가 3인칭으로 그려내는 묘사의 한계를 뛰어넘어, 고게쓰의 눈으로 보여지는 조즈카의 모습은 더 매력적이고 몽환적으로 표현된다. 좋은 각도에서 보자면 그게 장점이 될 수도 있겠으나 나 같은 독자에게는 그런 부분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크게 네 파트로 나뉜다. 각각 다른 사건들로 이뤄져 있으나 중간중간의 인터루드가 각각의 사건들이 뭔가 연관이 있음을 암시한다. 등장인물들 간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한 대화가 오가기도 하고, 그 사건들에 대한 수사과정이 살짝씩 언급되기도 하면서, 인터루드가 현실속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임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마지막 파트에 와서는 다른 미스터리나 추리소설과 비슷하게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하나의 결말로 재해석된다.

 

이 소설은 어쩐지 일을 좀 많이, 그리고 크게 벌이고, 나중에 와서 한꺼번에 설명하고 싶어하는 느낌이다. 5관왕에 빛나는 작품이긴 한데, 나는 사실 재미없게 읽었다. 표지에서 맛본 소녀 취향의 일러스트만큼이나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들과 논리들, 후반부 반전에 많이 기대를 했건만 그 또한 실망했다. 작품이 나빴을 수도 있고 기대가 컸던 까닭일 수도 있다. 

 

끝부분의 이야기들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맺으며, 대신 기나긴 설명으로 일관하는 느낌이 들었다. 좋은 반전은 독자가 알고 싶은 내용이라야 하는데, 세 사건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너무 장황하다. 올해 읽은 책중에 아마도 개인적으로 가장 별로가 아닌가 싶은 책이었다. 

 

영매탐정 조즈카_사람의 혼과 클라우드

전체적인 평은 후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인간의 영혼이라는 것에 대한 한 등장인물의 고찰을 '영매'라는 소재에 연결한 부분에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사람의 혼이라는 것을 네트워크를 매개로 한 클라우드와 비교해, 사람이 죽고 난 이후의 세계에 대해 고심했던 인물의 입장에서 이 이야기를 보면 정말로 혼이라는 게 그런 의미일 수도 있겠다 생각된다. 

 

인간의 영혼이라는 것이 우리 몸 어딘가가 아닌 저 먼 세상에 있고, 다만 우리의 뇌가 그것을 비춰주는 도구에 불과한 것이라 가정해본다면, 영매라 불리는 이들의 영적 능력은 참으로 복잡할 것만 같다. 어쩌면 종교와도 연관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한 개인의 죽음과 동시에 클라우드가 리셋이 되어버린다는 점이 참 슬프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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