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조세희 작가 별세 소식이 들려왔다. 그 유명한 '난쏘공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급격한 산업화를 맞았던 1970년대의 실상과 도시 빈민층들의 피폐한 삶을 글로써 여실히 보여준 분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작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6년 문학과지성 겨울호에 수록되었다. 단락 단락이 짧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상당히 절제된 느낌을 준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설 자리 없는 작품속 인물들에게 더 마음이 간다. 이야기는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영수가 보는 세상, 2장은 영호가 보는 세상, 3장에는 영희가 보는 세상이 담겨 있다.
1970년대, 당시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서울의 모처(작품에서는 서울시 낙원구 행복동)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대규모 재개발을 앞뒀으니 행복할 것 같지만, 돈이 없는 빈민들의 입장에서는 추가금을 내야 하는 새아파트 입주는 언감생심 꿈조차 꿀 수 없다. 살던 집을 누군가 사주겠다고 하니 덜컥 팔고 떠나는 이들도 있지만, 또 누군가는 집을 팔아도 갈 곳이 없어 그냥 눌러앉는다. 마지막까지 그렇게 눌러앉은 이들이 이 소설의 주인공, 난장이네 식구들이다.
난장이 아버지(당시는 난장이가 표준어였다. 1988년 맞춤법 개정으로 '~장이'와 '~쟁이'가 구분되었다), 그리고 어머니, 영수, 영호, 영희 다섯 명이 이 집의 가족이다. 서울시 낙원구 행복동은 그들이 나고 자라 살아온 터전이기에 그들은 쉽게 동네를 떠날 수가 없다. 또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들이 사는 집에도 철거 계고장이 날아든다.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으니 집을 철거하고 떠나라는 독촉이다.
온 동네 사람들이 일명 '딱지(입주권)'를 팔고 떠날 때 누군가는 그 딱지를 수집한다. 부를 수집하고 욕망을 수집한다. 아랫집 명희네는 17만 원에 집을 넘긴다. 시에서 주기로 한 보조금보다 고작 2만 원을 더 받았다. 분양아파트는 58만 원이지만 이 집이나 저 집이나 입주할 처지가 못 되다 보니 다들 이렇게 입주권을 넘긴다.
난장이네 가족에게 있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지금의 이 집을 지을 때였다. 그때는 어릴 때라 아버지가 그리 작아 보이지도 않았다. 마침 새로 바른 시멘트 화단에 영희가 글씨를 새겼다. '명희언니는 큰오빠를 좋아한다'라고. 이웃집 명희는 정말로 영수를 사랑했다. 명희는 영수에게 건너편 인쇄 공장을 가리키며 말한다. 너는 저 공장에 나가면 안 된다고.
"난 저 따위 공장에 안 나가."
라고 호기롭게 답하던 어린 시절 영수는, 중학교 3학년을 채 다니지 못한 채 그 공장에 다닌다. 그리고 공장에 다니며 생각한다. 아버지, 어머니, 그 윗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을지에 대해. 그렇게 모두는 현실앞에 좌절하고 알 수 없는 권력과 폭압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이 소설이 쓰여진 1970년대는 경제적으로는 성장기였으나 정치적으로는 유신 정권이나 군사독재의 폭압이 존재하던 때였다. 사실주의적 작품들과 서정적 작품들이 공존하던 그 이전과 달리, 조세희 작가가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을 썼던 1970년대는 리얼리즘적·민중지향적인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어느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조세희 작가는 이 작품이 이토록 오래 읽힐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밝혔다. 세월은 흘렀지만 입주권을 헐값에 넘기고 정든 땅을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진행 중이다. 또한 부나 권력에 관한 주제도 시대불문한다. 게다가 꾸미지 않은 간결한 문장은 반세기 이후의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준다. 그런 면에서 난쏘공이 대단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문학계의 별이 또 한 분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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