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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가 날리는 계절, 바닥에 내려앉은 솜털 같은 꽃가루들이 한편으론 예뻐 보일 때가 있다.
건강에 해롭지만 않았더라면,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수도 있었을 건데 생각하게 된다.
봄마다 불청객 신세긴 해도 그 속에서도 꽃들이 빛난다.
꽃가루 속에 피어난 이름 모를 풀꽃을 보며
어느 해 5월, 이 숲길 주변 어떤 나무에선지 꽃가루가 무척 날렸다.
눈에 안 들어가게 조심하랬더니, 사방으로 날뛰다시피 달리던 아이가 이렇게 얌전히 걷는다.
꽃가루가 날리는 이맘때면 이때가 많이 생각난다.
꽃가루는 날리지,
눈에 안 들어가게 조심하래지...
신경을 제법 쓰며 걷던 아들이 돌아본다.
엄마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그러다가 내게로 달려와 푹 안기던...
그토록 사랑스럽던 두 아이가 이제는 모두 품을 떠났다.
그리고 또다시 꽃가루 날리는 때가 돌아왔다.
땅을 뚫고 올라온 파릇한 풀 위에 꽃가루가 내려앉아 있다.
하늘의 별처럼, 꽃가루 위에 살포시 피어난 이름 모를 작은 풀꽃.
봄기운 받아 초록이 올라오고
꽃가루가 날리고
그 속에서 또 풀꽃이 피었다.
보송보송 야들야들..
다섯 장의 꽃잎을 단 흰꽃들..
여린 꽃줄기들을 감싸고 있는 꽃가루들이 마치 이불처럼 펼쳐져 있다.
봄처럼 포근하게.
희망도 절망도 같은 줄기가 틔우는 작은 이파리일 뿐,
그리하여 나는 살아가리라...
- 기형도, '식목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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