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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나를 웃게 만든 쌍둥이

by 비르케 2009.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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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유노네 반은, 학교에서도 외국인들만 따로 모아놓은 반으로, 반 아이들을 모두 합쳐도 총 12명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적은 수의 반 아이들 중, 재미있게도 쌍둥이가 두 쌍이나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안야'와 '마샤', 그리고 쿠바에서 온 '노엘'과 '노에'...
주변에 쌍둥이가 한 명도 없었기에, 유노는 그 친구들이 더 특별한 모양이다. 


학교에 다녀오자 마자 이야기를 종알종알 늘어놓곤 하는 유노에게, 친구들 이야기는 하루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고정 레파토리이다. 유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쌍둥이 엄마들도 나름대로 쌍둥이를 기르는 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안야와 마샤는 '백설공주'나 그랬을 법한 맑고 하얀 피부를 가진 예쁜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의 엄마는 아이들의 옷을 절대로 같이 입히지 않는다. 사진 속에서 처럼, 같은 옷을 입더라도 색깔을 달리 입히는 데다, 둘이서 번갈아 입게 하지도 않는다. 자기 옷이 따로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사진속의 분홍 옷을 입은 아이가 옆에 있는 보라색 옷을 입고 오는 일은 없다. 더 재미있는 것은, 머리를 묶는 끈이 늘 한결같은 색이라, 머리묶는 끈을 보고 친구들은 그 아이가 둘 중 누구인지 금새 알 수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 반의 또 다른 쌍둥이, 노엘과 노에... 이들의 엄마는 늘 두 아이에게 같은 옷에 같은 신발을 입히고 신긴다. 사진은 둘의 얼굴이 좀 다른 듯 나왔지만, 안야, 마샤와 마찬가지로, 노엘과 노에도 얼굴로는 구분이 안 될 만큼 쌍둥이 그 자체이다. 둘 다 안경을 꼈다 벗었다 하는데, 사진속에서는 한 아이만 끼고 있을 뿐이다.
이 두 아이는 친구들에게 도무지 구별이 되지를 않는다. 그래서 눈썰미가 좋은 편인 유노도 누가 노엘이고 누가 노에인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게다가 이름까지 비슷하니, 친구들은 이들에 대해 말할 때, 손으로 자신의 이를 가리키며, '이가 튀어나온 노엘'과 '잘 우는 노엘'로 부른다고 한다. 이가 튀어나온 애가 노엘인지, 잘 우는 애가 노엘인지도 알 수가 없다.
더군다나 이 두 아이는 쿠바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독일어를 거의 못 하는 데다, 상당히 개구장이들이라 친구들이 이름을 물어도 그저 놀이에만 열중할 뿐 대답을 하지 않는다 한다. 
다른 아이들과 그다지 큰 접촉없이, 그저 형제 둘이서만 이야기하다 싸우다 한다는데, 선생님 또한 노엘과 노에 두 아이를 달가와 하지 않는다. 어제도 둘 중 '이가 튀어나온 노엘'은 세번, '잘 우는 노엘'은 한번, 교실에서 쫓겨나 복도에 서 있었다고 한다.

언젠가 엄마들과 아이들이 함께 공작을 하던 시간에도, 선생님은 책상을 한 쪽으로 다 치워버린 교실 한켠에, 책상 두 개를 따로 놓고, 노엘 형제에게 앉아서 그림만 그릴 것을 명하였다.
다른 아이들은 학교에 나온 몇몇 엄마들과 어울려 노래도 하고 동화도 듣는 가운데, 한 시간 여를 두 아이만 가만히 앉아, 그림을 그리다 선생님의 지적을 받다 하던 게 내 눈에 조금은 안쓰러웠지만, 선생님이라고 독한 사람이라서 그랬을까...

그러다 엄마들 중 스페인어를 하는 어떤 멋진 엄마가 이 아이들을 끼고 앉아 말을 걸어주니, 노엘 형제도 그제서야 눈을 빛내며 천상 어린아이의 맑은 모습으로 돌아갔다. 


노엘 형제의 이야기가 길어져 버렸지만, 선생님의 눈 밖에 난 두 형제의 모습을 그 아이들의 엄마는 어느 정도 통일시켜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얌전한 아이들이야 서로 다른 색으로 튀어도 괜찮지만, 산만한 아이들이 옷까지 튀면... 글쎄, 쌍둥이 엄마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다.

이들 두 쌍둥이의 이야기는 유노의 이야기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가득 찬 테마 중 하나이다.
나 또한 아들 가진 엄마라서, 그 중 개구진 노엘 형제의 이야기에 늘 관심이 더 가곤 했는데, 어제는 그 아이들의 쫓겨난 이야기에 그만 박장대소까지 하고 말았다.
교실에서 쫓겨나는 것이 하루에도 여러번이라, 두 아이 모두 복도에 서 있는 일이 학교에서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되었다지만, 개학한 첫날부터 그랬다 하니, 마치 잊고 있던 어떤 게 불쑥 솟아나는 듯, 갑작스레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것도 남의 집 귀한 아들들을 두고 말이다.  


노엘 형제의 눈에는 학교라는 곳이 따분하고 지루한 곳, 낯선 곳이기만 할테지만, 언젠가 이 아이들이 독일어에 익숙해지고 학교라는 곳이 낯설지 않아 진다면, 그들도 공부시간에 귀 기울이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고, 친구들의 물음에 답하는 법도 알게 되어 분명 함께 어울릴 날이 있을 것이라, 스페인어에 귀 기울이던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그리 믿는다. 그래서 나의 박장대소를 보며 멍하니 서 있던 유노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엄마는 노엘, 노에가 귀엽더라. 그래서 웃은 거야."

상단의 사진은, 오른쪽 아래에 앉아 있는 인도에서 온 '아다스'라는 아이가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선생님이 기념으로 찍어 보내주신 것이다. 학교 홈페이지 따위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독일이기에, 학교 홈에 들어가 마음껏 사진을 다운받아오던 우리나라에서와는 달리, 학교 관련 사진이 엄청 귀한데, 이런 귀한 사진속에서의 노엘과 노에의 모습은 내게, 내 아이의 모습 만큼이나 참 각별함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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