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천사 (Mon Ange)'는 갈 곳 잃은 두 사람의 뜻밖의 동행을 그려낸 로드무비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한 남자가 있는 곳, 그곳을 향해 가는 동안 더욱 초조하고 쓸쓸해지는 그녀가 알쏭달쏭한 이야기들을 건넨다. 아직 세상을 모르는 철부지에게는 한없이 어려운...
나의 천사 (Mon Ange), 바네사 파라디의 쓸쓸한 눈빛에 빛나는..
나의 천사 (2004)
원제: Mon Ange
감독: 세르주 프리드망(Serge Fridman)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4분
출연: 바네사 파라디(Vanessa Paradis -콜레트 역), 뱅상 로띠에르(빈센트 로티어스: Vincent Rottiers -빌리 역), 에두아르도 노리에가(Eduardo Noriega -로메인 역) 등
창녀 일을 하는 콜레트는 사랑하는 로메인을 떠나보내고 상심에 젖은 나머지, 그에게 아이를 가졌다며 그의 마음을 돌리려 계획한다. 그런 와중에 낯선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전화 속의 여자는 매우 다급한 목소리로 콜레트에게 도움을 청한다. 정신병원에 있는 자신의 아들 빌리를 기차역으로 데려다 달라, 아들에게 열쇠가 있다는 둥 알아듣기 힘든 말들을 늘어놓는 그녀, 포주가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느니, 5년간 모은 돈이라느니 온통 알아듣기 힘들지만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
'빌리'라는 이름의 그 아이를 데리러 간 콜레트, 그러나 빌리는 생각했던 바와 달리 어린아이가 아닌 청소년이다. 그렇든 저렇든 빌리를 데려다주기만 하면 됐지만, 만나기로 했던 빌리의 엄마는 누군가에게 쫓기다 사고를 당하고 만다.
빌리의 엄마를 쫓던 남자, 코바스키는 이제 콜레트와 빌리를 쫓고, 콜레트는 이만 골칫덩어리 빌리와 헤어지고 싶다. 그러나 빌리의 시선은 콜레트를 향하고, 우여곡절 끝에 콜레트는 자신을 저버린 로메인을 찾지만 문전박대도 이런 문전박대가 없다.
너덜너덜해진 콜레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의 마음속을 헤아리기엔 아직 한참 어린 빌리, 그러면서도 그녀를 이해하려 다가오는... 상처받은 둘의 마음이 서로에게 기울어 간다. 사랑이라기보다는 연민과 동정이 더 진하게 묻어온다.
속옷만 걸친 채 쇼윈도에 앉아, 마치 스스로를 팔기 위한 듯 사람들의 시선을 구걸하던 콜레트의 도발적인 모습과 함께 시작되는 이 영화, 도회적이고 냉소적인 그녀의 표정과는 반대로, 만사 다 제쳐두고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나서는 장면에서 인간미가 느껴졌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콜레트가 빌리에게 해주는 이야기들은, 아직 어린 빌리에게는 수수께끼같은 이야기들일뿐이다. 그런데 빌리뿐 아니라 스크린 밖의 대상에게도 곰곰이 귀를 기울이게 한다. 사랑에 목마른 그녀의 독백같은 대사들이다.
자신을 따라붙는 빌리를 떼어버리기 위해, 옷에 묻은 먼지를 털듯 탈탈 털어버리고 싶지만, 그러면서도 빌리가 내내 맘에 걸리는 듯한 시선... 이런 부분들을 콜레트를 연기한 바네사 파라디가 다 커버한다. 초조하고 두렵고 때로는 버겁고... 매 씬마다 인상이 강렬하다. 어린 시절부터 무대에 선 바네사 파라디가 아니었더라면 이 역할은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침 비가 오는 날 이 영화를 보았다. 촉촉하게 젖은 감성이 비 오는 날과 잘 어울린다. 탐 웨이츠(Tom Waits)의 걸걸한 목소리로 듣는 음악도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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