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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동대문시장서 옷 사고, 광장시장서 점심 먹고

by 비르케 2023.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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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시장은 컨셉에 따라 다양한 의류 관련 점포들이 한데 모여 있어서 옷 사러 가기 참 좋다. 청계천 건너면 닭한마리 생선구이골목이나 광장시장 등 먹을 데도 많고, 하천 따라 걷거나 휴식을 취하고 주말이면 여기저기 길거리 행사도 볼 수 있다. 

동대문시장 가서 옷 사고, 광장시장서 점심 먹고

주말에 엄마가 오셔서 옷 사러 함께 동대문시장에 갔다. 동대문시장 상가들은 개장 시간에 따라, 연령이나 성별에 따라, 가격대에 따라 제각각 다른 컨셉을 가지고 있어, 미리 알고 가면 쇼핑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

수도권전철 여러 노선이 이 근방을 지나가니 대중교통 이용해 방문하기도 편리하다. 바람은 좀 차지만 미세먼지도 없이 맑은 봄날이라 쇼핑 나서기에 좋았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곡선형 건물 지어진지가 언제인데 이제야 보신다며 신기해하는 엄마... 서울 볼거리 많다며 좋아하신다. 

 

전철역에서 나와 쭉 따라가다 보니 제일평화에 먼저 들르게 되었는데, 그곳 옷들은 아무래도 단가가 좀 있다 보니 편하게 입을 만한 옷들을 찾아 다시 평화시장 쪽으로 건너왔다. 역시나 그곳에 엄마 연세 정도 되신 분들이 통로에 가득했다.

 

 

 

망사양말

입구쪽에서 레이스 소재로 된 양말 몇 켤레 사고 UV장갑도 샀다. 손에 잡티가 많아지셔서 장갑에 관심이 많으신데, 멋쟁이시라 장갑도 레이스로 된 화려한 걸 고르셨다. 

 

 

중년여성 화려한 티셔츠들
중년여성복

알록달록 색상도 화려하고 재질에 비해 가격도 괜찮아서 엄마랑 여러 군데 들러 여러 벌을 샀다. 이제 곧 여름이라는 걸 옷가게들의 디피 보며 새삼 느끼게 된다. 얇고 살랑살랑한 원단으로 된 옷들이 대부분이다. 바람도 솔솔 잘 통한다. 

 

 

평화시장 전경

평화시장 건너편으로 청계천을 건너왔다. 옷 산다고 돌다 보니 몇 시간이 훌쩍 흘러 있다. 싸다고 담다가 지갑도 홀쭉해졌지만 요기는 하자고 엄마랑 이야기한다. 엄마는 이미 점심 먹을 곳을 정해두셨다. TV에서 본 광장시장에 가보고 싶다신다.

 

 

동대문 닭한마리 생선구이 골목, 생선 굽는 사장님, 동대문 맛집에 줄선 사람들
동대문 닭한마리 생선구이 골목에 노릇노릇 구워진 생선들

동대문 닭한마리 생선구이 골목을 지나간다. 주말이라서 사람이 엄청 많다. 미리 준비해 둔 구이들이 가지런히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생선에서 고소한 냄새가 골목을 점령했다. 군침 나지만 엄마가 원하는 광장시장까지 꾹 참고 간다. 

 

 

공장시장 줄 서있는 사람들
광장시장

광장시장에 오니 입구에서부터 사람들로 가득하다. 먹거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도 많이 눈에 띈다. 안쪽으로 쭉 들어가 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엄마 연세도 있으시고 인파 때문에 깊숙이 들어가는 것은 포기했다.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아 보인다. 한국사람도 잘 모르는 델 어떻게 알고들 찾아오는지 신기할 뿐. 이곳에서 장사하시는 분들 중에는 다국어를 구사하는 분들도 있다. 일하다 말고 한국어로, 중국어로, 일본어로 대화를 하신다. 

 

 

 

칼국수 포장마차 반찬

칼국수를 팔고 있는 집이다. 반죽을 밀어 즉석에서 칼국수를 만든다. 칼국수 미는 모습만 봐도 한두해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아, 이거나 먹자고 칼국수를 주문했다. 면을 만들어 육수에 끓여낸 다음, 안쪽에서 조리된 음식을 바로 건네주신다. 

 

 

광장시장 칼국수

바로 밀어낸 면이라 면발이 쫀득하다. 밀가루음식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맛이다. 겉절이도 백김치도 시원하니 맛있다. 자리 왼쪽 오른쪽으로 다 외국인들이 앉아 있다. 외국인들 속에서 칼국수랑 김치 먹어보기는 처음이다. 다닥다닥 앉아있던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옆쪽에 앉아있던 외국인이 엄마 쪽으로 국물을 엎질렀다.

 

"아주머니, 미안합니다."

라고 또박또박 사과를 하는 모습에, 엄마는 또 괜찮다며 타국에서 온 청년의 등을 두드리고, 청년은 머쓱해 하면서도 웃고... 어디서 왔냐니까 태국에서 왔다는 청년, 엄마는 또 큰 소리로 "아카자쇼!"라고 말하며 엄지를 들어 보이신다. 청년은 또 웃고... 따끈한 칼국수에, 훈훈한 분위기까지... 엄마가 광장시장에 와보고 싶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광장시장 입구, 한류문화관광 세계적 명소

광장시장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이번에는 신발 구경을 갈 참이었는데, 엄마가 발이 불편하다고 하신다. 한달쯤 전부터 조금만 걸어도 발바닥이 아프셔서 병원에 다니신다. 발바닥에 주사도 맞고 약도 먹는데도 차도가 없다. 보고 싶은 건 많은데 다 못 보고 가니 서운하다 하신다. 다음에 자주 오자고 하고는 다시 전철역을 향해 간다. 

 

 

 

"예쁘게 살다가 여기저기 고장난 채 가지 말고,

좀 부족하게 살다가 예쁘고 행복하게 죽으면 안 되나?

인생이 좀 거꾸로였으면 좋겠어."


속상해 던지는 내 말에, 엄마는


"어떻게 그런대. 그래도 여한이 많제."
라고 하신다.

 

그래, 행복하다 죽으면 여한은 많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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